2006년 12월 20일 수요일

월 12만원, 15년 후면 10억원 모을 수 있다고?

월 12만원, 15년 후면 10억원 모을 수 있다고?

[오마이뉴스 2006-12-20 10:56]

[오마이뉴스 송승용 기자]
[사례1]창 원시에 사는 20대 후반의 신혼 부부 윤모씨는 얼마 전 주말에 방송하는 한 TV방송사의 경제코너를 보고 마음이 너무나 홀가분해 졌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 월12만원씩 어린이 펀드에 가입하면 나중에 10억원을 모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고 그렇다면 모든 교육준비가 한 방에 끝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 펀드 하나를 가입하고 싶었었는데 이 참에 어린이 펀드에 매월 12만원씩만 불입하면 모든 부모의 고민인 자녀교육비를 해결 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확인 차 정씨는 금융상품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에게 "진짜로 월 12만원씩 펀드에 가입하면 10억원을 모을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뭔가 잘못 들은 게 분명하다"라는 답을 들은 윤씨는 허탈한 마음에 자꾸 방송 내용을 상기해 보았다. 방송에서 분명히 월12만원씩 펀드에 가입하면 15년 후엔 분명 10억원이 생긴다는 말을 경제코너의 금융 전문가가 했기 때문이다.

[사례2]불광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최모씨도 얼마 전 같은 방송사의 경제코너에서 '랩어커운트'에 대한 내용을 듣고 좋은 상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씨는 이 상품이름을 메모지에 써 놨다가 가까운 증권사를 찾아가 가입 문의를 했다. 최소 가입 금액이 10만원부터 라는 이야기를 방송에서 들은 터라 마침 여유자금 100만원을 가지고 상담을 했던 최씨는 기분만 상하고 그냥 돌아왔다. 방문했던 증권사 직원이 "랩어카운트 상품은 큰 돈을 맡겨야 제대로 투자할 수 있고 관리도 잘 된다"는 말을 하며 별로 달갑지 않게 대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방송에 나온 모 증권사 출신 PB가 실제 상황과 다른 방송용 발언을 한 것이라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요즘은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이상할 정도로 재테크는 우리들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최근에는 '재테크'라는 단어의 의미가 단순히 큰 돈 만들기라는 허황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돈 관리를 의미하는 말로도 사용되는 듯하다.

하지만 아직도 재테크라는 용어가 대박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만큼 돈에 쪼들리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고 부동산 급등의 후유증으로 어떻게든 빨리 돈을 벌고자 하는 조급증이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편승해 각 방송사들은 흥미위주의 재테크 코너를 황금 시간대에 편성하고 있다. 문제는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이 방송을 본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의 돈에 대한 금융지식은 천차 만별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흥미위주의 상품 나열식 소개가 지속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는 정보 줘야


사례1의 윤씨는 어린이 펀드가 만능이 될 수 있다는 착각을 했다. 문제는 월 12만원씩 15년간 불입하고(불입기간 중 연복리 개념으로 연평균 10%씩 수익율이 난다는 전제하에) 32년간 다시 연평균 10%의 수익율로 운용해야 10억원이 모아질 수 있다는 가정이 정확히 전달이 안 된 것이다. 나름대로 개념을 이해한 시청자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시청자들이 많다. 게다가 연평균 10%의 수익율은 저금리 시대엔 누워서 떡먹기가 아닌 만만치 않은 수익율이다.

사례2의 최씨 경우도 방송에 출연한 모 증권사 출신 PB의 말처럼 랩어카운트라는 증권사 상품에 소액으로 가입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상품이 원금 손실을 가져올 수 있고 최소 가입한도가 10만원으로 되어있을 뿐 실제로는 적지 않은 목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대부분 증권사들의 랩어카운트는 실제 운용성과가 좋지 않아서 증권사 직원들 조차 자신 있게 권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을 많은 시청자들이 알고 있을까? 또한 랩어카운트 상품은 고객 밀착형 상품으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일정 금액 이상의 자산이 아니면 실제로 증권사 직원들은 큰 수수료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 소액의 투자자들을 소홀히 하기 쉽다.

방송과 광고는 다르지 않나

같은 프로의 다른 날 방영분에서 언급한 선진국 채권도 마찬가지 이다. 방송을 본 많은 시청자들은 선진국 채권이라는 상품이 실제로 있는 줄 안다. 하지만 금융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선진국 채권이라는 애매 모호한(?)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다양한 선진국 채권에 투자하는 간접투자상품(펀드)이 라고 말해야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선진국도 나라 마다 금리환경과 채권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면 선진국이라도 10년 만기 국채 수익율이 1%대인 일본 국채에 투자한다면 현 상황에서는 올바른 투자가 될 수 없다. 한 마디로 용어 자체가 너무 모호하고 흥미위주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프로그램에서는 최근 눈에 거슬릴 정도로 증권사 상품 홍보에 열을 올린다. 주식형 펀드의 원금 손실 정도에 비교할 수 없이 위험한 ELW(주식연동권리)도 소개한다.

ELW는 만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부분 1년 이내의 단기) 장기 투자가 불가능 하며 몇 달 안에 원금을 전부 날릴 수도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증권 투자에 경험이 많은 사람들도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상품인 것이다. 이러한 상품을 금융지식이 천차만별인 불특정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주말 황금시간 대에 자세한 설명도 없이 방영한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도 많이 벗어난다.

건강한 경제지식을 전달하자

금융지식이 많다고 부자가 되지는 않는다. 반대로 모든 부자들이 다양한 금융상품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진정한 부는 절제된 소비를 통해 한 푼 두 푼 아끼는 건전한 경제 생활에서 시작된다. 이를 위해 자기 현실에 어울리는 행복한 부자가 많이 생겨나도록 도와 주는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한다. 자기 현실에 맞는 재무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아껴 모으고, 모은 돈 잘 관리하는 참된 부자의 기본기를 갖게 해주면 좋을 듯싶다. 연예인들의 오버된 가십과 흥미위주의 상품지식전달은 잠깐의 흥미는 유발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시청자들을 위한 건전한 재산형성과는 별로 상관관계가 없는 듯하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황금시간대의 방송과 소중한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금융기관 PB는 멋진 조합이다. 그 멋진 조합으로 시청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아무리 좋은 약도 제대로 써야 효과가 있다. 그러나 좋은 약을 쓰기 전에 병에 대한 진단이 정확해야 한다. 방송사는 특정 금융회사의 이익보다 진정으로 국민들의 경제적 이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공영 방송사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송승용 기자는 현재 ㈜희망재무설계에서 FP로 일하고 있습니다. SBS 경제프로그램 <잘살아보세> 참여, <이코노미21> 칼럼 기고, <한겨레신문> 재무컨설팅 자문단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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