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8일 일요일

10대의 반항은 ‘뇌’ 탓?



“10대 뇌 따로 있다” 주장에 “사회적 환경이 원인” 맞서

미국에서 10대 청소년들은 자주 사회 문제가 된다. 10대들은 한 달에 스무 번쯤 부모와 티격태격한다. 폭력, 음주, 마약, 섹스, 도박 등 비행을 일삼는다. 고등학교에서 총격전과 대량살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체포된 범법자 중에 18세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1955년 제임스 딘을 세계적 배우로 만든 ‘이유 없는 반항’의 주인공처럼 미국의 10대들은 말썽을 부리는 철부지로 치부되고 있다.

미국의 언론 매체들은 청소년 문제를 곧잘 특집으로 다루면서 10대들이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저지르는 까닭은 뇌가 제대로 발육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신경과학의 연구 성과는 그러한 설명을 뒷받침한다.

1999 년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원(NIMH)의 제이 기드 박사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전(前)전두엽 피질이 20대까지 계속 발육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대뇌 앞부분에 위치한 이 부위는 고등정신과정에 관련되어 특정 행동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 요컨대 10대의 뇌에서 이 부위가 성인처럼 성숙한 상태가 아니므로 판단 능력이 부족해서 충동적이고 반사회적인 언행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10대 뇌’(teen brain)가 존재하여 모든 사람이 10대 시절에는 이유 없는 반항을 하게 마련이라는 생각이 사회의 통념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10대 뇌의 존재를 부인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1998년 미시간대 심리학 명예교수인 엘리엇 발렌슈타인은 ‘뇌 탓하기’(Blaming the Brain)라는 저서에서 인간 행동의 원인을 뇌에서만 찾는 것은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제약회사들이 돈벌이를 위해 10대 뇌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10대 뇌를 강력하게 부정하는 대표적 인물은 미국 심리학자인 로버트 엡슈타인 박사이다. 그는 6월 발간된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리포트’ 에 실린 글에서 ‘10대 뇌’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으며 속임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10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신경과학 못지않게 인류학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엡슈타인은 1991년 애리조나대의 인류학자 앨리스 슈레겔과 피츠버그대 심리학자 허버트 배리가 공저한 ‘청년기’(Adolescence)를 언급했다. 저자들은 산업화 이전의 186개 문화권에서 10대를 연구한 결과, 60% 가량의 사회에 ‘청년기’라는 단어조차 없었으며 10대들은 대부분 어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 심리적으로 불안한 징후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산업화 이전 사회의 10대들은 미국의 청소년과는 달리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엡 슈타인은 이어서 하버드대 인류학자인 비어트리스 화이팅이 1980년대에 장기간 연구한 결과를 소개했다. 이 연구는 서양의 학교 교육, 텔레비전 프로그램, 영화가 들어온 직후에 그 사회에 10대 문제가 발생했음을 밝혀냈다. 예컨대 캐나다 에스키모인 이뉴잇은 1980년 텔레비전이 도입될 때까지 청소년 비행 문제가 없었으며 1988년 새로운 문제들이 속출해 처음으로 경찰서를 설치했다. 이 연구 역시 미국에서 10대들이 야기하는 사회적 문제가 모든 인류사회에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엡슈타인은 인류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10대 문제가 서구문명에서 비롯된 병리 현상인 것으로 입증됐기 때문에, 모든 인류가 10대 시절에 성숙하지 못한 뇌를 갖는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엡슈타인은 미국에서 10대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까닭은 사춘기가 지난 뒤에도 어린애 취급을 하고, 어른들과 격리시켜 행동을 통제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어른들에게 곧 어른이 될 수 있음을 과시하고 싶은 욕심에, 남자들은 폭주족이 되어 교통사고를 내고 여자들은 혼전성교를 해서 임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10대들의 반항에는 이유가 없지 않다는 뜻이다.

여 러 나라에서 10대를 어른처럼 대우했을 때 그들이 어려운 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했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청소년들은 기억력과 체력 등에서 성인 못지않다. 10대 뇌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청소년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고 감싸 안으면 미래의 주인공으로 구김살 없이 성장할 것임에 틀림없다.


▲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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