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14일 토요일

반복 훈련하면, 나쁜 기억 지울 수 있다

머릿속을 맴도는 나쁜 기억을 반복 훈련만으로도 지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잊어버리자’고 결심하고 반복적으로 시도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학술지 ‘사이언스’ 12일자에 실려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의 대학원생 브렌던 데퓨가 이끄는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피실험자들에게는 사진 40쌍이 제시되었다. 중립적인 표정의 얼굴 사진과 교통사고 현장이나 부상당한 병사 등 거북한 사진이 한 쌍을 이룬다. 피실험자들에게 사진 쌍을 기억하게 한 후 다음 단계의 실험이 진행되었다.

과학자들은 얼굴 사진을 보여주면서 피실험자들에게 두 가지의 상반된 요구를 번갈아 했다. 얼굴 사진과 쌍을 이루는 거북한 이미지에서 대해 “생각하라”, “생각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fMRI를 통해 피실험자들의 뇌를 스캔한 결과 ‘생각 말라’는 말을 들은 피실험자의 경우 전전두엽 피질의 활동이 저하되었다. 반대로 거북한 이미지를 떠올리도록 고무된 피실험자의 같은 부위가 활성화 되었다. 전전두엽 피질은 고도의 사고를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 스캔 없는 실험도 진행되다. 피실험자들에게 사진 쌍을 12번 보여준 후 필답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나쁜 기억을 지우려 노력한 사람의 경우 53.2%의 ‘정답률’을 보였다. 반면 얼굴 사진과 짝을 이룬 거북한 이미지를 떠올리려 노력한 경우 정답률이 71.1%로 높았다.

전화번화나 영어 단어와 달리 ‘감정적인 나쁜 기억’은 막기 어렵다. 일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의 경우 10년이 넘어도 나쁜 기억이 떠올라 고통을 받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잊기로 마음먹고 반복적으로 훈련하면 ‘기억 억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강박증 및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의 치료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자평했다.

“처음에는 기억 억압에 성공하기 어렵다. 그러나 반복하면 통제력을 갖게 되며 결국 실제로 억압이 일어난다”고 데퓨는 말했다.

한편 이번 논문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반응이 나온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인터뷰한 존스홉킨스 의대의 크레이그 스탁 교수는 이번 실험은 ‘기억 억압’이 아니라 흔히 있는 정상적인 망각 과정을 보여주었을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노니컬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전문가인 토마스 닐런 박사의 주장을 전했다. 효과적 치료를 위해 필요한 것은 ‘나쁜 기억의 억압’이 아니라 새로운 ‘학습’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 즉 기억을 지우기보다는 환자가 나쁜 기억에 공포 등의 부정적 감정을 연결 짓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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