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31일 금요일


» 맞벌이 부부의 아이 키우기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의 하루하루는 전쟁의 연속이다. 직장에서 돌아오면 할 일이 산더미인데, 아이는 “내 옆에 앉아 있어” “나하고 먼저 놀아 줘” 하며 매달린다. 잠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빨리 자야 한다”고 달래고 을러도 보지만, 아이는 잠을 안 자고 버티기 일쑤다. 결국 엄마, 아빠의 꾸지람에 울면서 잠이 드는 아이 얼굴을 보노라면 안쓰러운 생각이 들고 후회도 해 보지만, 다음날에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부모와 아이가 좀더 행복해지는 아이 키우기, 맞벌이 부부에게는 정녕 불가능하기만 한 일일까?

지나친 완벽주의·방관 모두 문제
집안일보다 아이의 일 우선하고
미안한만큼 노력하는 자세보여야

■ 행복한 육아를 위해 버려야 할 태도=우선, 맞벌이를 하면서도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접어야 한다.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은 “마음속으로 항상 완벽주의를 추구하다 보면 현실에서 그렇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우울해지거나 불안해지고, 이것이 자녀에 대한 죄책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부족함과 현실적인 상황을 먼저 받아들인 다음에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육아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집에 없더라도 모든 일이 제대로 굴러가야 한다고 믿는 태도도 버려야 한다. 최근 일하는 엄마들을 위한 육아 지침서 〈내 아이를 위한 사랑표현학교〉를 펴낸 김성은 한국아동상담센터 부소장은 “부모가 직장에 있는 시간에 아이는 스스로 알아서 자기 일을 해놓기를 바라는 부모가 많은데, 그렇게 이성적으로 행동을 하면 아이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부모가 그런 기대를 갖다 보면 기대대로 따라주지 않는 아이에게 야단을 치게 된다.

완벽주의도 문제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부모 역할을 대리 양육자에게 고스란히 넘긴 채 늘 보조 양육자 수준에 머물려는 태도는 더욱 좋지 않다. 김 부소장은 “맞벌이 부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 스스로 ‘무늬만 엄마, 아빠’에서 벗어나 주된 양육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정아 백석대 상담대학원장은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엄마들도 있는데, 이럴 경우 아이가 엄마를 단지 ‘돈 벌어 오는 존재’로 인식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엄마의 약점을 이용해 돈을 요구하는 아이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맞벌이 부모의 현명한 육아 전략=맞벌이 부모에게 가장 아쉬운 것은 시간이다.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모든 고민의 출발점이다. 시간을 확보하려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전문가들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부소장은 “아이와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집안일보다는 아이의 욕구를 먼저 받아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렵더라도 ‘무조건’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 아이와 놀아주거나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있다. 김 부소장은 “이런 일은 시간이 나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간 날 때 하자고 미루면 아이는 어느새 훌쩍 커버려 부모 곁을 떠나게 된다. 손 원장은 “이렇게 아이와 함께하려고 내는 시간은 아이의 숙제를 도와주거나 공부시키는 시간과는 구분해야 한다”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느냐보다는 무엇을 함께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미안한 감정을 현명하게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다. 죄책감이 쌓이면 아이의 사소한 잘못에도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게 아닐까?’ 하며 불안해하고, 불안한 마음에 자꾸 간섭하고 잔소리를 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김 부소장은 “부모로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인 만큼 일단 그 감정을 인정한 뒤, 미안함을 느끼는 원인을 단순화시켜 행동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만일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면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내서 놀아주려고 노력하라는 것이다. 지금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아이들의 욕구를 들어주려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자연히 미안함과 죄책감도 줄어든다. 그러면 아이의 행동 역시 좀더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김 부소장은 “미안해하는 마음만 간직한 채 행동을 하지 않으면 자꾸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된다”며 “걱정만 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죄책감은 더 커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잠은 꼭 함께…양육 주도적 역할 해야

‘무늬만 엄마 아빠’ 안되려면

1. 아이를 봐줄 사람을 정할 때는 ‘내가 얼마만큼 부모의 역할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라. 부모가 주된 양육자로서의 태도를 가져야 탁아모가 바뀌는 상황 등 주변의 변화로 인한 영향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2. 무슨 일이 있어도 잠은 아이와 같이 자려고 해야 한다. 물론 아이와 같이 자면 초기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자 피곤하겠지만 아이를 돌보는 상황을 경험해보는 것이 부모를 부모답게 만든다.

3. 집에 있을 때만큼은 꼭 내가 아이를 안고 먹이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 때도 무조건 혼자 해결하게만 하지 말고, 시간이 나는 대로 부모의 손길이 묻어 있는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4. 탁아모가 매일 얘기해주는 여러 가지 아이 발달 정보를 챙겨라. 탁아모에게서 들은 것과 내가 파악한 것을 모아 육아일기 형태로 적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5. 아이의 발달 단계에 따르는 여러 가지 신호들을 잘 챙겨서 아이에게 필요한 부분들을 탁아모에게 부탁하라. 요구하는 데 익숙해져야 부모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6. 아이의 문제를 해결할 책임을 나의 몫으로 여겨라. 낮에 돌봐주는 사람은 단지 도우미일 뿐이다. 도우미가 점점 엄마 아빠가 되고, 엄마 아빠는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낮에 질 좋은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이 부모의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부모는 아니다.

7.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는 집안일보다 아이 요구에 먼저 반응하라. 가정주부 역할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도 조금씩 해결할 수 있지만 저녁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부모의 역할은 남들이 대신할 수 없는 고유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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