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10일 월요일


[중 앙일보 박태균]  ‘음식만큼은 마음 푹 놓고 먹고 싶다’는 게 모두의 소박한 희망. 그러나 깨끗하고 위생적인 식품만으론 2% 부족하다. 음식을 담은 용기·기구·포장에서 유해물질이 흘러나온다면 ‘안전한 식탁’은 물 건너 간다. 식품위생법에 식품·식품첨가물 외에 용기·기구·포장까지 식품위생의 대상으로 포함시킨 것은 이래서다. 유해물질이 어떤 식기에 들어있으며 이들이 음식으로 흘러 들어오는 경로를 차단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DEHP=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수거·검사 결과 수입 병제품 뚜껑 61건 중 20건에서 검출된 환경호르몬이다. DEHP(DOP)는 국내에서 10년 전에 대형 사고를 일으켰던 물질. 당시 유아용 분유에 발암성 물질인 DOP가 들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전국을 뒤흔들었다.

 DEHP는 플라스틱 가소제(유연성을 주는 물질)다. 그러나 모든 플라스틱 식기에 DEHP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DEHP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PVC(플라스틱의 일종) 제품이다. PVC는 업소용 랩이나 병뚜껑 등에 주로 쓰인다. 국내에선 식기 제조 시 DEHP의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선 DEHP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그래서 수입 병제품 뚜껑에서 DEHP가 검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비스페놀 A=폴리카보네이트·에폭시 페놀 수지 등 일부 플라스틱 용기의 원료로 사용되는 물질. 환경호르몬의 하나로 분류된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젖병·접시·전자레인지용 식기·저장 용기 등에 쓰인다. 에폭시 페놀 수지는 와인 저장고의 코팅제나 캔·금속 뚜껑 등의 내부에 주로 사용된다.

 식기용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인 폴리프로필렌엔 비스페놀 A가 들어 있지 않다. 플라스틱 용기가 투명하면 폴리카보네이트, 투명하지 않으면 폴리프로필렌이기 쉽다.

 일부 플라스틱 용기·캔 등에서 비스페놀 A가 녹아 나온다니까 종이컵·종이 그릇 등 일회용 제품을 쓰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일회용품에도 비스페놀 A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종이컵·종이접시를 만들 때 재생 펄프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 펄프는 길이가 짧아 바로 쓰기가 어렵다. 펄프를 붙이기 위해 사용하는 접착제에 비스페놀 A가 들어 있다.

 ◆스티렌 다이머와 스티렌 트리머=발포성 폴리스티렌(스티로폼) 소재의 플라스틱 용기에서 주로 검출된다. 이 물질의 내분비장애 효과는 매우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물질이 국내에서 유명해진 계기는 컵라면 용기 파동(2003년). 당시 식의약청은 컵라면(10종) 내용물에 끓는 물을 부은 뒤 5~30분간 방치했더니 20분 후부터 용기에서 스티렌 다이머·스티렌 트리머가 미량 녹아 나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컵라면에 끓는 물을 부어 통상적인 방법(10분 이내)으로 섭취할 경우엔 컵라면 용기에서 두 성분이 녹아 나오지 않았다. 이 파동 이후 컵라면 용기가 스티로폼에서 종이로 대체됐으나 지금은 스티로폼 제품이 함께 출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티로폼 용기에 담긴 컵라면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조리하지 말라고 지적한다.

 ◆식기 중 환경호르몬 회피법=환경호르몬의 해악에 대해 ‘우려할 만하다’는 쪽과 ‘침소봉대됐다’는 쪽으로 학계의 의견이 갈려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확실한 결론이 나기 전까지 가능한 한 ‘사려 깊은 회피’를 하는 것이 최선의 대책.

 따라서 플라스틱 용기(특히 폴리카보네이트·PVC)의 사용을 가급적 줄이는 게 상책이다. 플라스틱 젖병보다 모유나 유리 젖병이 낫다. 플라스틱 용기에 음식을 담아 전자레인지에 조리하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기름진(지방)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두는 것도 피해야 한다. 그러면 환경호르몬의 용출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일부 학자들은 알루미늄 용기의 유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노인성 치매·파킨슨 병 등이 알루미늄 노출량과 관련이 있다는 것.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나 식의약청은 “알루미늄 섭취와 알츠하이머 병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알루미늄은 캔이나 조리 용기를 통해 유입될 수 있다. 대부분의 음료 캔은 수지 코팅이 돼 있어 알루미늄이 용출되지 않거나 극소량만 흘러 나온다. 그러나 캔의 코팅에 상처가 난 경우 용출이 빠르게 일어난다. 캔 음료는 가능한 한 빨리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알루미늄 호일은 코팅이 돼 있지 않다. 호일의 반짝이는 면을 수지 코팅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코팅과는 무관하다. 특히 깎아놓은 과일·채소(양배추·토마토 케첩·김치찌개·토마토) 등 산(酸)을 많이 함유한 식품은 알루미늄 용출을 돕는다. 따라서 이런 식품을 알루미늄 호일로 싸서 장기간 보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도움말: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권훈정 교수, 식의약청 내분비장애물질팀 한순영 팀장, 식의약청 용기포장팀 이영자 팀장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기타 식기 종류별 안전 사용 요령

▶밀폐용기:탄산음료·발효식품을 담은 용기는 상온 보관 곤란(가스 팽창), 전자레인지엔 전자레인지용 밀폐 용기 사용. 이때 밀폐용기 잠금 장치 해제

▶멜라민 수지 식기류:전자레인지용으로 사용 금지

▶코팅 프라이팬: 빈 프라이팬 가열 금지

▶알루미늄 냄비: 산을 많이 함유하는 토마토·양배추·과일의 보관·조리엔 사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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