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5일 월요일

[오마이뉴스 임종호 기자]"걸렸다 생각되면…"으로 시작하는 제약사의 선전 문구가 주효했는지 감기는 초기에 잡아야 한다는 뜬소문이 이제 신념이 되어 있습니다.

내 용 자체의 진위를 떠나 의료의 3륜인 제약사·의사·약사에게는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문구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이 말의 진위를 감별할 주체 또한 그들이므로, 그들의 은근한 방조를 틈타서 '초기 감기박멸'에 대한 믿음은 생명력을 이어갑니다.
그간의 연구들을 종합하여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이며, 객관성을 기하고자 일단 잘 증명된 의과학의 이론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감기의 90~95%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며, 현존하는 감기약 중에서 감기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약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감기를 초기에 잡는다는 말은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며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말입니다. 감기를 초기에 잡는다는 말, 전혀 근거 없다

70년대 어린이 감기약 광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약 광고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같은 감기약 광고. 어린이들은 감기에 잘 걸리기 때문인데, 최근 이론에 따르면 잦은 감기는 어린이들의 성장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제약사들이 감기를 초기에 없애야 한다면서 사용하는 약물들은 과연 무엇일까요? 잘 아시다시피 감기에 따라오는 증상을 억제하는 약물들입니다. 콧물과 재채기, 기침을 억제하는 약물과 진통소염해열제 등등입니다.
콧물은 을지문덕 장군처럼 수공으로 비강을 통해 호흡기로 접근하는 적(바이러스)들을 흘려보내거나 사멸시키고, 재채기와 기침은 비유하자면 장풍을 이용하여 적들을 밀어내는 일을 합니다.

또한 바이러스는 열에 매우 약하므로 시상하부의 작동으로 발열을 일으켜 적을 약화시킵니다. 그리고 편도 등등의 임파기관들은 제갈공명처럼 적을 국소로 유인하여 섬멸하므로 전장터가 붓고 아프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몸의 지혜(WISDOM OF BODY)가 벌이는 방어전술을 억제하는 이런 약물들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대처입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몸이 하도 지혜로워서 그러한 방해에도 생명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면 몸은 지쳐갑니다. 근래 여러 만성병들이 기승을 부리게 된 근본 이유 중에 하나가 이것입니다. 화학약물사용의 증가추세와 만성난치성 질환의 증가추세는 연관되어 있습니다. 모든 약은 정확히 말해 독(毒)입니다. 독이니까 약(藥)이며, 독을 적당히 사용하는 것이 바로 약물입니다.

이것은 의과대학의 약물학 서장에 나와 있는 경구입니다. 풀어서 말하자면 '증상'이라는 것은 우리 몸이 처한 상황에서 생명을 존속하고자 하는 복구와 유지 노력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막기 때문에 독이라 하는 것입니다.

말 하자면 우리 몸의 기능(=증상)을 독을 통해 조금 억제해 놓으면 증상이 덜 생기므로 일시적으로는 치료제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이러한 약물치료를 대증요법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죽은 사람은 증상이 없습니다. 산 사람만이 증상이 있습니다. 그런 증상을 약으로 없애는 것입니다.

오늘 먹는 약 한알, 암으로 가는 한 계단

그러므로 약물학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약물을 사용할 것을 신신당부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너무 고열이 나서 경기(驚氣)를 한다든지 고열과 통증으로 잠을 못 자게 되어 그것이 더 해로운 경우에만, 해열진통제를 일시적으로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매순간 대사를 조정하고 세포분열 등을 결정하고 지휘하는 몸에 외부의 화학물질(약)이 들어가 하나된 몸의 체계를 방해하므로 약물의 장기 사용은 암 발생을 예고합니다. 암이란 전체(몸)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 조직(세포)이며, 바로 인체에 투여된 약물의 행동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현대 약물을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손익분기를 고려해야 함을 의학 교과서는 강조하고 또 강조합니다.

"감기 뚝 떨어지게 주사 한방 놔주세요"라는 엄마에게 "이 정도면 됐어"라면서 가글 등의 자연치료법을 적어주는 의사를 보여주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익광고. 어린이에게 의사가 주는 '약'은 사랑이 담긴 귤이다.
ⓒ 권박효원
그러나 임상 현장에서 이렇게 주의깊게 약물을 쓰는 광경은 우리나라에서는 참으로 진귀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약물소비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배에 달하는데, 약물 중 우리가 개발한 것은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도 거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있습니다(의산복합체).
한 번 투여된 약물은 간에서 대사되고 신장으로 배설되지만, 이 약물이 끼친 영향은 평생을 지속합니다. 마치 자라는 나무에 상처가 생기면 나이테에 영원히 남는 것처럼 유기체에 가해진 모든 것은 기억되며 이것은 자기조직화(seif-organization)와 자기제작(autopoiesis)이라는 원리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생명력이라는 고유한 컵이 각종 해로운 것들로 가득 차서 넘치는 날이 암이 발생한 날이라면, 오늘 투여한 화학약물은 어쨌거나 암으로 넘치는 데 일조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주 작다하더라도 암으로 향하는 작은 계단을 오른 것입니다. 하물며 이제 장구한 미래를 살아갈 어린 날에 투여된 약들은 장차 화근의 불씨임이 틀림없습니다. 우리 아기 왜 열나지? 의사보다 엄마가 더 잘 안다
진료실에서 경험해 보면 엄마를 위해 아기들이 고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미열이 나거나 한 두 번 기침하거나 콧물을 흘리면 엄마들은 곧장 병원으로 갑니다. 그러고는 감기초기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안심하고 통과의례인 주사를 맞고 약을 받아 옵니다.
그러나 의사로서 솔직히 고백하면, 그것이 감기 초기인지, 큰 병의 시작인지는 의사나 엄마나 모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시기에 어떤 검사를 해도 감기를 확진할 수 없으며 바이러스나 세균의 배양 검사는 수일이 걸려야 결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초기 감기라는 것은 짐작이며 그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지, 무슨 근거로 한 진단은 아닙니다. 오히려 함께하며 매일 관찰하는 엄마가 더 정확합니다.
한 마디로 의사는 부족시대의 제사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의사만큼은 초기감기를 구별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며, 제사장에 대한 신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므로 엄마의 안심을 위해 아가의 엉덩이는 주사바늘의 수난을 감수해야 하고 아가의 간과 신장은 해독이라는 수고를 더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감기 바이러스를 상대하느라 힘든데 말입니다.
어린이들은 아픈 만큼 성장합니다. 스스로 감기를 이길 수 있게 길러주세요(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특정 관련이 없습니다).
ⓒ 남소연
한편 아가나 어린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생명력이 막강한데도 왜 감기에 자주 걸릴까요? 이문제는 의학계의 오랜 화두입니다. 생각이 먼저 있고 그것을 따라 대뇌의 뉴런이 작용하는지, 대뇌의 뉴런의 작용이 먼저여서 생각이 발생하는지처럼 오랜 숙제였습니다.
근자의 유기시스템이론은 어린이의 잦은 감기가 어린이의 빠른 성장에 매우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육체적인 성장이 매우 빨라서 몸 시스템(body system)의 구조조정이 자주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회사가 발전하면 그저 인원을 늘리고 부서를 계속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체계로 전환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렇다고 아픈 아이를 내버려둬? 부드럽게 주물러 주세요
그러므로 감기에 걸렸을 때는 반드시 휴식과 안정이 필요하며 감기를 빨리 치르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인지 감기를 앓고 나면 어린이가 심리적으로도 좀더 성숙했음을 우리는 자주 경험합니다. 감기가 만병의 근원이었던 이유는 초기에 잡으려는 어리석음이 저지른 생명력에 대한 방해였음은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감기 증세로 아픈 어린이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열이 나면 전신을 만져 보십시오. 어딘가에 열이 몰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드럽게 주물러 주시면 몰린 고열이 퍼지면서 몸이 편해집니다.

사실은 이러한 물리적 효과보다는 엄마(아빠)와의 접촉을 통한 안도감이 더욱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때 잊지말고 어린이에게 "엄마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고 말하십시오. 이 말은 아픈 어린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치료제입니다.

그리고 생강차를 마시거나 꽃에센스를 쓰고 감기 혈 자리에 양초 뜸을 시행하면 좋을 것입니다. 아픈 만큼 성장합니다. 그렇다고 아픔을 아무렇게나 다루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입니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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