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28일 일요일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남의 제품을 모방해서 만든 것을 요즘 말로 ‘짝퉁 제품’이라 한다. 이 짝퉁 제품은 당연히 비윤리적이다. 이런 제품을 만들어 부당이득을 취하면 처벌을 받는다. 그만큼 남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때는 짝퉁 제품을 만들어도 괜찮다. 그 제품으로 아무리 돈을 벌어도 처벌받지 않는다. 자연의 피조물, 즉 조물주가 만든 사물을 흉내 내서 만들었을 때가 그런 경우다.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이런 자연의 사물에 대한 짝퉁 제품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된다. 현대인의 식탁에 늘 오르는 가공식품들 중에 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뭐가 있을까. 대표적인 것이 ‘게맛살’이 아닐까. 그렇다. 시판되고 있는 게맛살 제품을 진짜 게살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붕어빵에 붕어 없듯, 게맛살에도 게살은 없다.

하지만 진짜 게살과 똑같지 않은가. 오돌오돌 씹히는 부드러운 촉감, 아울러 혀 안쪽까지 깊숙이 밀려드는 게살의 묵직한 풍미. 영락없이 게 다리의 통통한 살을 먹을 때의 느낌 그대로가 아닌가. 어떻게 흉내 냈기에 그토록 신기하게 똑같을까? 사용한 원료를 들여다보자. 냉동어육·산도조절제·코치닐추출색소·L-글루타민산나트륨·게향…. 맨 앞의 냉동어육은 십중팔구 수입 명태다. 그 뒤로 늘어서 있는 것들은 물론 식품첨가물.

“먼저, 으깬 어육을 얇은 시트의 형태로 만듭니다. 이 시트에 촘촘히 칼자국을 내주죠. 이걸 둘둘 말아 씹으면 감촉이 천생 게살이에요. 인산염과 같은 산도조절제가 이 작업을 수월하게 해주죠. 게살 특유의 선홍색은 코치닐추출색소가 내줍니다. 중요한 건 맛인데요, 당연히 게향이 그 일을 맡죠. L-글루타민산나트륨은 게향이 만든 맛을 부드럽고 진하게 해줘요.” 일본의 한 게맛살 업체 담당자의 귀띔이다. 값싼 어육을 귀한 게살로 탈바꿈해주는 것은 결국 첨가물이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 첨가물들이 하나같이 전문가의 사전에 블랙리스트로 올라가 있는 물질이라는 사실. 비록 짝퉁 식품이긴 해도 생선살로 만들었으니 괜찮으려니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게맛살의 경우 경계해야 할 부분이 향료다. ‘고향료 식품’이어서다. 보통 향료 사용량이 0.5%를 넘나드는데, 이는 일반 식품에 비해 4~5배나 높은 수준이다. 어떤 제품은 1%를 훨씬 넘기도 한다. 향료가 1%나 들어 있는 게맛살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게맛살은 주식처럼 먹을 수 있는 식품이다. 만일 그런 제품 100g을 먹었다면 향료를 1g이나 섭취한 꼴이 된다. 이 말은 다시 말해 화학물질 1g을 몸속에 넣었다는 이야기다. 그 향이 천연향료라고? 그런 주장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설사 천연향료라 해도 안심할 수 없다. 미국의 식품 저널리스트 에릭 슐로서는 “천연향료도 합성향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게맛살, 아니 짝퉁 게살이 발명된 곳은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이 모조 식품이 인스턴트 라면, 레토르트 카레와 함께 ‘식품산업의 3대 발명품’으로 꼽힌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게맛살 발명자가 땅을 치며 후회했다고 한다. 특허관리 미숙으로 초기에 기술이 한국으로, 미국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기술 유출을 놓고 억울해하기 이전에 조물주의 작품을 섣불리 흉내 낸 데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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