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1일 목요일

며칠 전 캐쓸린네 7학년 짜리 딸 뤠이첼 머리에 이가 있어서 학교에서 쫓겨 왔습니다.

하루의 말미를 주고 이와 서캐들을 완전히 없앤 후 학교의 보건 담당 간호원이 조사해서 합격하면 다시 교실로 돌아갈 수 있답니다.

맨하탄의 공립학교 시절 이를 옮아 본 적이 있는 캐쓸린은

자신의 친정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우선 딸 아이 머리에 올리브 기름을 잔뜩 붓고

샤워 캡을 씌우고 몇시간 지난 뒤에 두 시간 넘게

발이 저리도록 이와 서캐 잡이에 몰두했답니다.

너무나 열심히 서캐들을 죽였더니 그만 손가락 마디가 아프답니다.

'근데 그 서캐 잡이가 그렇게 재미날 수가 없는거야.

글리세린이던 마요네에즈던 기름 종류로 머리를 절여 이들을 질식시킨 후엔

두 엄지 손톱으로 남은 서캐들을 딱딱 눌러 죽이는 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지'

무릅 위에 아이 머리를 올려 놓고 이리저리 머리칼을 뒤지면서

딸과 오랜만에 그렇게 가깝게 느낀 적이 없답니다.

한참 말 안 듣던 열세살 먹은 딸이 엄마한테 척하니 머리를 맡기고 젖먹이던 때처럼

그렇게 모녀가 살을 맞대고 정겨운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함지박만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웨스트 아프리카에서 온 학부모 이야기가 자기가 살던 부락에선 친구를 삼는

정표로 머리에 있는 이를 하나 뽑아서 선물로 머리에 얹어 준대.

서로 무릎에 머리를 맡기고 정답게 이를 잡아주는 사이로 지내자고.'

저한테 이 한마리 가져와야 하는데 그만 다 박멸해버렸다며 미안하답니다.

캐쓸린은 부모가 없거나 이를 잡아 줄 보호자가 없는

학생들을 위해 이잡이 대리부모 그룹을 창단하여 자원봉사자 명단에 일번으로

자기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번에 쓴 올리브 오일은 이스라엘 여행 때 사 온 향이 진한 것으로

뤠이첼 머리결에 윤기도 더해졌답니다.

옛날에 이스라엘 조상들이 머리에 기름을 부어 축복한 것도 이를 없애거나 방지하기

위해서였을까라는 내 질문에 맞다 ,그랬었구나 하며 이가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온 것처럼 흥분합니다.

기름기가 많은 머리엔 이가 옮기지 못한다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샴푸를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한창 외모에 신경쓰기 시작하는 뤠이첼이 아침 저녁으로 샴푸를 해대니 곧 또 옮아 올 것이고 그러면 모녀간에 또 좋은 시간을 가질 것이니 이러나저러나 이로 인해 나쁠 것은 없다고 그녀 특유의 낙천적인 웃음을 줄줄 흘립니다.

* * *

케임브릿지에서 공립학교 다니던 유치원생 우리 아들도 머리에 이가 옮았었습니다.

담임교사가 머리에서 이를 발견해서 다른 아이들 눈치채지 않게

격리시키느라 아이를 학교 간호사에게 살짝 데려다 놓았습니다.

연락받고 놀라서 달려가니

간호사는 이를 없애는 여러가지 샴푸들과 방법들을 적은 프린트 물을 주면서

이는 깨끗한 머리칼 일 수록 더 잘 옮는다면서

아들과 재밌는 시간을 보내라고 윙크를 하며

으쌰으쌰 이잡이를 응원해 주던 기억이 납니다.

* * *

혼자사는 사람이 많은

맨하탄등 큰 도시에는 손으로 남의 머리 이를 잡아주는 직업도 있답니다.

이천팔년 이월 십팔일

교포아줌마(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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