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5일 토요일


피해 아이는 평생 후유증에 고통…부모는 울분에 이혼·자살도
#1. 주부 박모(33)씨는 2006년 6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네 살배기 딸아이가 유치원장 남편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 분노한 박씨 가족은 그를 경찰에 고소했지만 가해자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처리됐다. 가족들의 울분은 극에 달했다. 딸아이는 정신과 치료와 함께 ‘항우울제’를 복용해야 할 정도로 불안증세에 시달렸다. 박씨도 우울증에 걸리고 말았다. 남편도 스트레스성 신경증상으로 쓰려져 한동안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박씨는 “사건 이후 가정에 웃음이 사라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2.직장인 최모(45)씨는 2000년 일곱 살이던 딸이 놀이터에서 행방불명된 뒤 모든 것을 잃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딸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최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직접 전국에 흩어진 아동보호시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뿌리는 생활이 8년이나 계속됐다. 그러는 동안 최씨는 아내와 이혼했고, 최양의 언니와 동생은 친척집에 맡겨져 결국 단란했던 가정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어린이 유괴와 납치, 성폭행 등 아동 대상 범죄는 피해 아동뿐 아니라 가족의 영혼까지 파괴하는 악질 범죄다. 피해 가족들은 심각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기 일쑤다. 부부간에 책임소재를 따지다 이혼하는 등 가정이 해체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3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를 당한 13세 미만 아동은 신고된 것만 2007년 한 해 1081명이나 되는 등 최근 5년 동안 무려 4162명에 달해 고통을 겪는 피해자 가족이 얼마인지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실종된 후 행방이 묘연한 어린이(14세 미만)도 1993년부터 올 1월까지 58명으로 부모들이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범죄 피해 아동의 부모를 돕는 모임인 ‘성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한 가족의 힘’ 공동간사 이나영씨는 “아동이 피해를 당했을 때 어머니들은 내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가해자에 대한 분노, 사회에 대한 불신 탓에 심각한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자살을 기도하는 분들도 많이 봤다”며 “성폭행 등 아동 대상 범죄는 가족 전체에 피해를 주는 아주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위탁 실종아동전문기관 한선영 팀장도 “아이를 잃어버린 뒤 극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자살을 선택한 어머니도 있고, 심리적 불안으로 위장병·관절염이나 심지어 암에 걸린 일도 있다”며 “부모가 생업을 포기하고 실종 자녀를 찾아다니다가 다른 아이는 소외돼 결국 가족 해체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피해 아동의 부모들은 죄책감과 사회에 대한 분노로 엄청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기 일쑤여서 가정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적절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국성폭력상담소 이윤상 상담사는 “피해 아동의 어머니들은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사건의 충격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증세가 나타나기 마련”이라며 “피해 아동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함께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제2의 피해를 막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바라기아동센터 최경숙 소장은 “아이를 상대로 한 성폭력과 유괴, 폭행의 범죄는 한 가정 전체를 파탄시키는 매우 악질적인 반인륜적 범죄”라며 “범죄자들이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사회와 완전히 격리시키고 처벌을 최대한 강화하는 특단의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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