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18일 금요일

아빠가 달라졌다, 에코파파가 됐다


아빠가 달라졌다, 에코파파가 됐다


매일 기저귀 빠는 아빠, 산에서 ‘낙석주의’ 지우는 아빠… 남성중심적 노동과잉 사회에 대한 ‘조용한 저항’

▣ 글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아빠가 양파링 만들어줄게.” 일요일, 아빠가 외쳤다. ‘아빠가 만들어준 양파링’은 7살 소연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다. 만드는 법? 간단하다. 양파를 쓱쓱 썬다. 지역 생활협동조합을 통해 산 우리밀, 감자전분, 치자분말 등으로 만든 부침가루를 묻힌다. 튀기면 몸에 안 좋으니까 올리브유를 두르고 프라이팬에 굽는다. 15분이면 완성된다. 윤석배(43)씨는 “소연이가 야채 중에 양파를 좋아한다. 굽기만 하면 바삭바삭하고 따뜻한 과자가 되어 만들기도 간편하고, 시중에서 파는 과자보다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아빠 전매특허의 친환경 과자’를 자랑스러워하는 눈치다.


△ 에코파파들이 모였다. 100일 된 딸을 캐리어에 업고 산행을 즐겼던 장철수씨, 퇴근 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걸 원칙으로 하는 박보선씨, 농구와 자전거 타기로 아들과 교감하는 조남진씨, 가족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6년째 텃밭을 일구고 있는 이동희씨, 아이들과 대운하 반대집회에 참여하는 참여형 에코파파 이재훈씨(왼쪽부터 차례로).

‘내가 한번 해볼까?’에서 ‘해보자!’로

윤기돈(38)씨는 태어난 지 두 달 된 아이의 아빠다. 저녁 7~8시 회사에서 퇴근한 뒤 윤씨가 매일 하는 것은 딸이 쓴 기저귀를 빠는 일이다. 저녁을 먹고 폐식용유로 만든 친환경 빨랫비누로 기저귀 20여 장을 애벌빨래한다. 그리고 세탁기를 돌린다. 하루에 딸아이가 쓰는 기저귀는 18~22개. 천기저귀는 흡수가 잘 안 되는 편이어서 곧바로 갈아줘야 하므로 쓰는 양이 많다. “일회용 기저귀는 썩는 데만 100년이 넘게 걸리잖아요. 몸에 나쁜 화학물질들이 포함됐다는 기사도 종종 보도되고. 아이에게 안전한 기저귀를 쓰고 싶어요.” 윤씨가 천기저귀를 쓰는 이유다. 그는 친환경 세제 전도사이기도 하다. 그가 폐식용유로 만든 빨랫비누나 친환경 주방세제를 쓰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손의 피부결’ 때문이다. “고무장갑이 손에 안 맞아서 맨손으로 설거지를 하는 편인데 손이 가렵더라고요. 친환경 세제를 썼더니 손에 그런 부담이 덜해서 좋았어요.”

아빠들이 달라졌다. 일회용 기저귀는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는데, 천기저귀를 한번 써볼까? 파는 과자와 가공식품에는 합성착향료, 유화제 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첨가물들이 잔뜩 들어 있다는데, 내가 직접 간식을 만들어볼까? 아무래도 상추·배추에 농약이 많이 묻어 있는 듯한데, 직접 키워볼까? 멀쩡한 강바닥을 파서 대운하를 만든다는데, 아이들과 반대시위에 나가볼까? 아빠들이 ‘내가 한번 해볼까?’ 머리 속에 물음표를 그리더니, ‘해보자!’ 느낌표로 바꾸고 실천하는 중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엄마들인 ‘에코맘’에 이어 환경을 생각하는 아빠, ‘에코파파’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에코맘은 일상생활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환경보호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방법을 고민하고 생활에서 실천하는 엄마들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2월16일 <뉴욕타임스>는 “미국 전역에 9천 명의 에코맘이 활동한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거실에 모여앉아 찬물과 생물분해 세제를 통해 빨래하는 법 등을 고민하고, 쓰레기 없는 도시락 만들기,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음식 먹기, 웬만하면 학교까지 걸어가서 아이들을 데려오기, 운전할 경우 쓸데없이 자동차 공회전하지 않기, 가전제품 안 쓸 때는 전원 뽑기, 자원 절약 위해 장난감·옷 나누기 등을 실천한다. 미국의 이런 에코맘들은 에코칙(eco-chick.com)이나 그린앤드클린맘(greenandcleanmom.blogspot.com) 같은 웹사이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에코맘’은 낯선 개념이 아니다. 1990년대부터 여성환경연대, 다음을 지키는 엄마 모임, 2000년대 에코생협 등을 통해 환경에 관심 많은 엄마들이 환경친화적인 먹을거리를 지키고 일상생활에서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 훼손을 막는 방법들을 실천해왔다.

에코파파는 이 에코맘에서 뻗어나온 개념이다. 언제부터인가, 주변에서 아이들 손을 잡고 산에 오르고, 아이들과 골목에서 전래놀이를 하고, 장바구니에 친환경 먹을거리를 챙겨넣고, 기저귀 주머니에 천기저귀를 넣어다니는 아빠들을 볼 수 있게 됐다.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 지내기, ‘느림’과 ‘행복’ 선택하기…
먹을거리에 대한 온갖 위협은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려는 아빠들이 직접 농약을 쓰지 않고 작물을 재배하게 만들었다.

아들딸과 함께 ‘대운하 반대 서명운동’

100일 된 아기를 업고 검단산·북한산에 자주 나타났던 장철수(39)씨는 대표적인 에코파파다. 그는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의 시민모임 ‘녹색친구들’(이하 녹친) 회원이다. 녹친은 환경보전을 추구하는 산악인들의 모임이다. 직장생활 4년째인 2001년 말 담배를 끊은 장씨는 담배 생각을 지우기 위해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산과 인연을 맺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산에 다니기 시작한 그는 2002년 초 관악산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산을 떠올리면 울창하고 건강한 이미지만 떠올랐어요. 근데 막상 관악산에 가보니 입구에는 쓰레기가 넘쳐났고, 나무들은 약 먹은 듯 시들했어요.” 스러져가는 산의 모습을 바꾸고자 그는 인터넷을 뒤졌고 녹친을 알게 됐다. 그 뒤부터 지금까지 7년 동안 산에 있는 돌에 아무렇게나 페인트로 쓰여 있는 ‘낙석주의’ 같은 글자들 지우기, 등산로 초입 쓰레기 줍기 등의 산악보전 활동을 해왔다.

2006년 딸 유선이가 태어난 뒤부터는 딸과 함께 등반활동을 했다. 100일이 갓 지났을 때부터 유선이를 아기 캐리어에 앉혀 둘러메고 산에 간 것이 벌써 15번도 넘는다. 장씨는 “어릴 때부터 산을 자꾸 접하다 보면 자연의 아름다움, 자연의 소중함을 저절로 알게 돼 ‘에코 꼬마’가 될 것 같다”며 “산림욕 효과도 아주 그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장씨는 2004년부터 채식에도 돌입했다. <먹지 마, 위험해!>라는 책을 읽으면서 육식을 절제하고, 먹을거리는 ‘한살림’ 같은 생활협동조합에서 사게 됐다. 지금의 아내와 데이트하면서 함께 채식을 시작한 뒤 결혼했기 때문에 딸도 자연스레 ‘모태 채식주의자’가 됐다. “물론 유선이가 자란 뒤 채식을 거부한다면 강요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건축설계사 이재훈(37)씨는 사회참여형 에코파파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대운하 반대’ 스티커를 나눠주는 그는 대운하반대시민연합 홈페이지에서 ‘평화행진’ ‘대운하 반대 캠페인’ 공지사항이 뜨면, 아이들 손을 잡고 나간다. 지난 1월에는 초등학교 3학년 딸 은빈이와 초등학교 2학년 아들 호와 함께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대운하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아이들이 서명을 받자 지나던 어른들이 더 관심을 보였다. 2월24일에는 서울 청계천 시민관장에서 탑골공원까지 약 3시간 동안 이어진 대운하 반대 국민평화행진에 네 가족이 함께 참여했다. 평소 친환경 건축에 관심이 많은 이씨는 “무리하게 추진하는 대운하 정책에 정신이 아뜩했다”며 “파헤쳐진 나라에서 살아갈 아이들이 안타까워 아이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의견을 물은 뒤 대운하 반대 운동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신영국 대운하반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홈페이지에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다’ 등 아빠들이 쓴 댓글들이 종종 눈에 띈다. 행진을 하면 아이 손을 잡고 오는 아빠들이 20여 명 정도 되는 것 같다. 가족이 함께 참여하면 행진 분위기가 훨씬 평화적이다”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 지내기, ‘느림’과 ‘행복’ 선택하기…
일산호수공원에서 휴일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빠들. 가족과 일상적으로 보내는 작은 시간들이 모여서 아빠들은 에코파파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사진/한겨레21 박승화 기자)

에코아빠들은 ‘아이들과 잘 노는 일’에도 관심이 높다. 최근엔 각종 체험 프로그램에 아이들 손을 잡고 참여하는 아빠들 수가 부쩍 늘었다. 체험학습 전문업체 ‘핵교’(www.haekkyo.com)가 4월13~14일 경북 예천의 회룡포 마을과 곤충생태체험관이 있는 예천군 산업곤충연구소 등을 방문하는 가족여행 공지를 띄우자 17가족이 신청을 했는데, 이 중 13가족이 아빠도 함께 참여한다. 여은희 핵교 대표는 “2002~2003년만 해도 가족 단위의 체험행사를 기획하면 아빠까지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불과 5~6년 사이에 아빠들이 스스럼없이 참여해 아이들과 놀아주고, 환경친화적인 놀이문화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삶의 조건이 위태로운 아이를 위해

많은 아빠들이 이렇게 돌봄과 나눔에 능한 에코파파가 된 데는 △높아진 부부 성평등 의식 △악화된 먹을거리 및 생활환경 △개인주의와 가족행복주의의 결합 △고도성장론에 대한 회의감 등이 영향을 미쳤다. 김성희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원은 “각종 먹을거리 위협, 새집증후군 등으로 인해 아이들의 삶의 조건이 위태로워졌다. 서울 구로구의 0~4살 아이들 가운데 60%가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는다는 통계도 있다. 가만히 내버려둬도 병 없이 크던 옛날과는 달리 아토피성 피부염, 천식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아이들이 드물어졌다. 결국 내 아이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아빠들이 팔을 걷어붙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에코파파의 등장 배경을 설명했다.

집 앞에 있는 10평짜리 텃밭에서 6년째 아이들과 함께 고추, 상추, 쑥갓, 치커리, 토마토 등을 심고 가꿔서 먹을거리를 직접 마련하는 이동희(42)씨는 “검증되지 않은 먹을거리들이 난무하고 도시의 각박한 삶에 지쳐 자연이 있는 곳으로 이사와 텃밭을 일구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광장구 구의동에 살던 이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큰아들이 네 살이 되던 해인 지난 2002년 ‘환경친화적인 살 곳’을 찾다가 뒤로는 산이, 앞으로는 논이 펼쳐져 있는 경기 수원시 금곡동의 한 아파트를 발견했다. 자연친화적 환경을 갖추고, 도심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덕에 이 아파트에는 이씨와 같은 목적으로 서울에서 이사온 가족이 많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텃밭을 일구고 있는 박지원(40)씨도 “텃밭을 일구면서 먹을거리를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아이들이 흙에서 자연스럽게 자연을 느끼고 냄새를 맡을 수 있어 교육에도 참 좋다”고 말했다. 뜻이 맞는 가족들이 많아 아파트 앞에는 종종 돗자리가 펼쳐진다. 서너 가족이 모여 ‘다과회’를 하는 이곳에서는 일회용 컵, 일회용 젓가락은 찾을 수 없다. 이동희씨는 “과자 대신 떡·과일이, 탄산음료나 커피믹스 대신 오미자차·수정과·식혜가 우리의 단골 메뉴”라고 귀띔했다.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 지내기, ‘느림’과 ‘행복’ 선택하기…
일산호수공원에서 휴일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빠들. 가족과 일상적으로 보내는 작은 시간들이 모여서 아빠들은 에코파파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사진/한겨레21 박승화 기자)

에코파파들은 대부분 1970년대를 전후해 태어나서 1990년대 대학 시절을 보냈다. 대통령자문기관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권기태(38)씨는 집 안에서뿐 아니라 사무실 전체에 ‘일회용 컵 안 쓰기 운동’을 해서 3년 만에 16명의 사무실 직원 모두 ‘자기 컵’을 사용하게 만든 ‘친환경 전도사’다. 권씨는 스스로를 “환경 감수성이 높아진 첫 세대”라고 정의한다.

70년생·90학번, 첫 환경 감수성 세대

1971년생인 그는 1990년 대학에 들어갔다. 1980년대의 ‘민주화 운동’ 시기를 거친 뒤 그가 대학에 입학한 때는 여전히 정치적으로 엄혹했지만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으로 ‘개인주의’가 대학가를 물들이고 있었다. ‘X세대’라는 말이 한창 유행하기도 했다. 그가 대학에 입학해서 처음 읽은 책이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이다. 환경오염으로 더 이상 새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충격적인 봄 풍경’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1962년 미국에서 출간돼 미국 사회 전역에 환경운동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 번역된 것이 권씨가 대학에 입학한 해인 1990년이다. 권씨는 “<침묵의 봄> 뒤로 환경 관련 서적들이 번역돼 나왔다. 그리고 1991년 대구 페놀 사건, 1996년 시프린스호 기름 유출 등 대형 환경 사고를 겪었다. 당시 대학가를 강타했던 ‘개인주의’는 ‘환경위기’와 묘하게 결탁해 내 가족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머리를 싸매는 에코파파들이 탄생하게 된 사회적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에코파파들은 아직 미숙하다. 권기태씨는 “사실 회사에서 ‘친환경’을 부르짖지만, 집에서는 생각했던 것만큼 많은 부분 육아를 맡지 못하고 있고, 아내에게 미루는 경향이 있다. 나도 열심히 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고 말한다. 천기저귀를 사용하지만, 천기저귀 처리를 대부분 아내의 몫으로 돌리고 있는 회사원 이교훈(30)씨도 “내가 생각했던 아빠 몫을 하기 위해선 직장생활에 여유가 필요한데, 9시 출근·9시 퇴근하는 생활을 하면서 육아까지 도맡아 하기가 쉽지 않다”며 ‘좋은 아빠’ 되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직장생활 10년차인 김아무개(40)씨는 “이제 일주일에 한 번은 여유를 내서 주말농장에 가려고 하는데, 아들놈들이 좀 컸다고 같이 안 가려고 해서 섭섭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 서울 강동어린이회관은 3월1일부터 ‘아빠놀이학교’를 시작했다. 24~48개월 아이들 아빠에게 이불, 방석 같은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아이들과 노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50여 명의 아빠들이 아이와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진/ 서울 강동어린이회관)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는 에코아빠들의 등장은 그것 자체로 남성중심적 노동과잉 사회에 대한 ‘조용한 저항’이다. 세 아이의 아빠 박보선(34)씨는 2년 전 큰 기로에 섰다. 2억4천만원짜리 집을 살 것이냐, 7천만원짜리 전세에 살 것이냐. 박씨는 전세를 택했다. “대출을 받아서 집을 샀다면, 초과근무수당을 받기 위해 야근을 하고 아이들에게 쓸 돈을 줄이고 아껴가면서 빡빡하게 살았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아이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될 때까지가 아이들과 아빠가 밀접하고 긴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 것 같아서, 여유 있는 전세살이를 택했습니다.” 그는 △오후 7시30분 이전에 퇴근하기 △아이들과 가능하면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 △‘경쟁’과 ‘성공’보다 ‘느림’과 ‘행복’을 중요시 하기 △아이들을 자연에서 키우기 △집안일은 절반씩 부담하기 등의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

대출 대신 전세를 선택하다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에코맘 혼자서 환경을 지킬 수는 없다. 에코맘과 에코파파가 힘을 합쳐 에코키드를 길러내야, 치명적인 속도로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지구에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물질적 풍요 대신 정신적 평화를 선택한 에코파파들의 느리지만 의미 있는 선택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느린 삶’을 돕는 책

에코파파가 에코파파에게

▣ 정리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에코파파’들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 공동대표로 환경운동의 전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종욱 서울대 교수(지리교육). 농사·집짓기·자전거 타기가 취미로, 집 앞 텃밭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기른 채소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느린 삶’을 실천해온 박홍규 영남대 교수(법학). 부부가 함께 아이를 키운 경험을 통해 ‘보수적인 남성’에서 ‘여성 감수성 높아진 아빠’가 된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생물학). 세 명의 ‘1세대’ 에코파파들이 다음 세대 에코파파들에게 참고할 좋은 책을 추천했다.

김종욱

<우리 공동의 미래> 세계환경발전위원회 지음, 새물결 펴냄

환경은 지구적인 문제이므로 지구적인 이슈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용어도 이 책에서 처음 제안됐다. 주저자인 그로 브룬틀란 전 노르웨이 총리는 지금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도와 기후변화 특사로 일하고 있다.


△ <도둑 맞은 미래>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환경, 에너지, 자원, 식량, 도시 등 여러 문제를 조명한다. 그리고 미래 세대가 누려야 할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둑맞은 미래> 테오 콜본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1996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뒤 ‘환경호르몬’에 대한 경각심을 세계적으로 불러일으켰다. 미국 5대호에서 살고 있는 야생조류 일부가 생식 및 행동장애로 멸종위기에 처했는데 그 원인이 화학제품들에서 발생한 환경호르몬임을 체계적으로 짚어냈다.

박홍규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이반 일리히 지음, 미토 펴냄

인간은 ‘걷도록’ 만들어졌다. 자동차의 가속성은 사고를 유발하고 건강을 해칠 뿐, 인간에게는 무익하다.


△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인간이 과도하게 기술문명에 의존함으로써 결국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의 자율적인 삶까지 파괴하고 있음을 말하면서 현대문명에 경종을 울리는 이 책은 <학교 없는 사회> <병원이 병을 만든다>에서 학교와 병원 등 근대문명을 비판한 이반 일리히 저작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내가 생태적인 삶의 길을 배우는 계기가 된 책이기도 하다.

<사회생태주의란 무엇인가: 녹색미래로 가는 길> 머레이 북친 지음, 민음사 펴냄

환경문제는 단순한 기술개량주의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내부의 계급적 차이와 착취 구조 때문에 만들어진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이런 전제하에 환경문제, 생태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제시한다. 이 책을 읽고서야 나는 진정한 생태적 삶은 자본에 따라 계층화된 사회구조를 반성한 뒤, 인간이 자유롭게 자치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가능함을 깨닫게 됐다.

최재천

<제인 구달의 생명사랑 십계명> 제인 구달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침팬지 연구의 세계 최고 권위자이자 ‘뿌리와 새싹’이라는 환경운동을 하는 제인 구달 박사가 생명과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이 시대 우리가 지녀야 할 덕목 10가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우리가 동물 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기뻐하자(첫 번째 계명), 모든 생명을 존중하자(두 번째 계명),


△ <생명의 편지>

아이들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도록 가르치자(네 번째 계명), 동물과 자연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돕자(아홉 번째 계명) 등 ‘에코아빠’들이 숙지해야 할 ‘자연과 함께 사는 법’이 감동적으로 설명돼 있다.

<생명의 편지> 에드워드 윌슨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살아 있는 최고의 생물학자로 평가받는 미국 하버드대의 에드워드 윌슨 교수가 엄청난 환경 위기에서 우리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는 인간 행동의 두 주체인 자연과학계와 종교계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설파하는 책이다. 목사님에게 쓰는 편지 형식이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http://h21.hani.co.kr/section-021005000/2008/04/0210050002008041707060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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