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일 수요일

[뉴스] [고윤희의 연애 시대]연애형 목소리 따로 있다

비오는 저녁 무렵. K신문사 앞에 서 있는데 웬 육중하고 건장한 남자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해서 깜짝 놀랐다. 전화통화를 하던 C기자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내 칼럼을 열심히 관리하며 연재해 주시고 계시는 C기자를 칼럼을 연재한 지 8개월 만에 처음 만났다. 그 전에는 계속 전화통화와 메일로만 연락을 취했다. 나는 그동안 그의 얼굴을 전혀 몰랐다. 그동안 들은 목소리로 추정된 그의 외모는 오래전 친했던 씨네21의 L기자처럼 여성스럽고 왜소한 수줍음 많이 타는 남자일 거라 생각했다.

목소리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 사람의 이미지와 첫인상을 판단하는 데 아주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자신의 이미지가 상품 그 자체인 배우들은 목소리가 좋아야 한다. 성우처럼 낭랑하라는 게 아니라 목소리에 개성과 성격이 묻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목소리는 연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은 스스로 잘 깨닫지 못하지만 외모 이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목소리의 이성에게 끌려가는 경향이 있다. 목소리는 실제로 그 사람의 성격을 많이 동반하고 있는 것 같다. 나만 스스로 느끼는 변화이지만 작년에 내 목소리가 가늘고 하이톤이었을 때, 나는 왠지 불안하고 자신감이 몹시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자신감과 주체성이 생기자 목소리가 그에 따라 굵고 안정적이 되어갔다.

사람들은 생각 이상으로 목소리에 민감하다. 아무리 잘생기고 킹카라도 목소리가 꽹과리 소리면 여자들이 별로 따르지 않는다. 남자의 목소리는 믿음직스러움이 1등 조건이며, 여자의 목소리는 따스해야 남자들이 따른다.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하며 자신의 연기색깔이 확고한 배우들을 보면 대부분 목소리가 좋다. 목소리만으로도 분위기와 자신의 이미지를 100% 어필한다. 못생긴 남자나 여자도 목소리가 좋으면 생긴 것보다 더 잘생겨 보이고, 아무리 잘생겨도 목소리가 안 좋으면 생긴 것보다 더 못생겨 보인다.

실제로 주변에서 별거 없는데 이성에게 인기가 많은 사람들을 보면 목소리에 비음이 섞인 사람들이 많음을 발견할 수 있다. 내 친구 중에 이마는 지구본처럼 까졌고, 코는 푹 꺼지고 입술은 두꺼운, 그러니까 외모로 치자면 별 볼일 없는 친구인데 항상 남자가 따르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목소리는 아주 비음이 많이 섞여서 전화로 들으면 꼭 섹스할 때 내는 교성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고지식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그 친구는 교성 같은 목소리 때문에 많은 남자들이 따른다. 그러나 그 목소리 때문에 시집을 아직 못 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목소리가 연애형이라 남자들이 정중히 생각하지를 않는 것이다. 목소리가 연애형, 결혼형이 따로 있는 것이냐 묻겠지만, 있다. 연애형, 결혼형, 일형, 사업가형, 정치가형 등등…. 일만 열심히 하고 연애를 잘 못하는 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목소리에 찰기와 끈기가 별로 없고 앞 어미와 끝 조사의 발음이 똑같은 톤이고 발음도 정확하다.

이성에게 인기가 많은 여자나 남자를 보면 그들의 공통점은 목소리에 비음이 많이 있고 끝 조사의 발음이 약간 뭉개진다. 문장을 발음할 때 끝이 정확하지 않고 어물어물 마무리 없이 넘어가는 발음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성의 모성애나 부성애를 잘 끌어낸다. 어리광도 잘 피운다. 그리고 다분히 이성보단 감성, 감정적이다. 감정적이기 때문에 앞의 톤과 뒤의 톤의 높낮이가 들쭉날쭉 다른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단어는 크게 발음하고 싫어하거나 자신 없는 단어는 어물어물 희미하다. 나는 내가 말하는 톤을 TV를 통해 객관적으로 관찰한 적이 있는데, 문장의 끝맺음이 다 어물어물했다. 끝마무리가 희미하게 살았다는 내 인생의 증거를 스스로 발견한 것이다. 많이 반성했다. 지금은 말투를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자신의 얼굴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책임지고 가꾸고 다듬어야 한다. 목소리는 자신의 기운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어떤 사람이 일이 잘되고 좋은 마음을 갖고 있으면 목소리도 맑고 좋아진다. 일이 잘 안 되고 불행할 땐 목소리도 건더기가 낀 것처럼 맑지 못하고 그렁그렁해진다.

http://news.naver.com/main/hotissue/read.nhn?mid=hot&sid1=103&sid2=245&cid=3117&iid=43569&oid=144&aid=000007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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