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5일 토요일

[뉴스] 티브이를 치워라, 거실을 북카페로


» 획일적인 책장의 모양을 바꿔 심미적인 기능을 강화한 다이아몬드 형 서재.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서재’라는 말이 주는 느낌은 육중했다. 어두운 색의 육중한 나무 책장에 금박 장식 하드커버 장서가 꽂혀 있고, 그 앞의 육중한 책상에는 실크 잠옷을 입은 사장님이 위스키를 홀짝이는 풍경. 또는 도서관인지 개인의 책방인지 헷갈릴 정도로 압도적인 책더미를 자랑하는 작가나 학자의 방. 그래서 매일 들락날락하는 집안의 평범한 서재를 서재라고 부르는 건 도무지 쑥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1, 2년 새 ‘서재’가 오래된 서재의 닫힌 공간을 탈출하면서 그 무게는 한결 가벼워졌다. 거실에서 티브이를 없애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세련된 북카페가 유행을 탄 것도 서재라는 말의 힘을 빼는 데 기여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서재형 거실의 증가다. 거실이 손님을 대접하는 ‘응접실’에서 가족의 활동공간으로 탈바꿈되는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티브이를 없애고 아예 책장을 들여놓거나, 티브이 등 홈씨어터와 책장, 때로는 북카페처럼 차를 마시거나 식당 기능까지 결합시킨 다목적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가구회사 한샘은 지난해 맞춤형 시스템 가구를 거실 서재에 도입한 월플랙스를 내놓았다. 예전 같으면 티브이와 간단한 장식장이 전부였던 벽면을 주문에 따라 책장이나 피시 책상, 수납 기능까지 갖춘 서재로 바꿔 버려지는 공간을 활용할 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연령이나 필요에 맞는 서재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수납형 책장은 공간이 지저분해 보이는 걸 피할 수 있다.



서재형 거실 염두에 둔 건축 디자인도

서재형 거실을 염두에 둔 아파트 건축 디자인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현대산업개발이 내놓은 ‘라이브러리 하우스’의 오픈형 거실은 한쪽 벽 전체를 붙박이 서가로 구성한데다 주방과 함께 설치되던 식탁도 책 읽는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통합해 전면으로 배치했다. 이달 분양하는 경기 평택시 장안동의 ‘장안북시티’는 마을 이름처럼 아예 ‘책읽는 아파트’를 표방해 거실을 가족의 서재 공간으로 활용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디자인됐다. 꼭 서재 개념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거실과 방 또는 거실과 주방 사이에 가벽을 옵션으로 두고 벽 대신 책장을 파티션처럼 세워서 쓰도록 설계되는 아파트들도 늘어난다.

서재가 밖으로 나오면서 단순히 단으로 채워졌던 책장들도 수납의 효율성과 함께 이전에 장식장이 하던 심미적인 기능을 갖춘 디자인으로 나날이 진화한다. 요즘 유행하는 무지주 선반 타입이나 다이아몬드꼴 책장, 앞뒤가 트여 있는 사다리꼴 책장 등은 자칫 무겁거나 답답해 보이는 공간에 숨통을 틔워준다. 색 역시 짙은 고동색 등 어둔 색 일변도에서 화사한 원색이나 가벼운 톤으로 바뀌는 것도 요즘 추세다.

이런 서재가구의 변신은 내 집에 맞고 내 취향에 맞는 서재를 만들고자 하는 맞춤형 가구 수요 증가로도 이어진다. 그러나 잡지 속 모델하우스만 따라했다가 큰돈을 들이고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서재형 거실을 꾸며온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조희선씨는 주문형 서재가구를 맞출 때 “벽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가구의 깊이를 최소화하는 게 답답한 느낌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맞춤형 가구는 비쌀 뿐더러 이동이 불가능하거나 이사할 때 전문인력을 불러야 하는 등 돈이 많이 들기에 5년 안에 이사 갈 계획이 있다면 아쉽더라도 기성 제품을 사용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또 많은 궁리를 하지 않았다면 실측부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단순한 책꽂이보다는 아래쪽에는 문을 달아서 낡거나 자주 안 보는 책을 지저분하게 보이지 않도록 수납하고 단의 중간중간에 작은 서랍장을 두거나 포인트 색을 칠하는 식으로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는 책장을 맞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믿을 만한 공방에서 책장을 짜맞추는 건 꽤나 비싼데, 재미삼아 취미삼아 목공을 배워 직접 장을 짜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맞춤가구 제작과 일반인 대상 공방을 운영하는 네모디자인의 양화진 대표는 “6주 정도 배우면 책장 정도는 짤 수 있는데, 이렇게 직접 만들 경우 비용을 40% 이상 절감할 수 있어 공방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난다”고 말했다.



» 거실에 서재와 식탁까지 옮겨온 북카페형 거실도 인기다.



목공 배워 직접 장을 짜는 사람들 늘어

서재 꾸미기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게 느껴지고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선반을 활용하는 것도 아이디어다. 조희선씨는 “많은 책을 올려놓을 수는 없지만 선반을 벽에 고정시켜 책을 몇 권 눕혀놓기도 하고 세워 놓기도 하면 실용적일 뿐 아니라 거실의 분위기를 멋스럽게 만드는 데도 큰 효과를 본다”며 벽을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거실 확장면 뒤편 등 찾아보면 곳곳에 눈에 띄는 공간들을 작은 서고로 만드는 것도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만한 아이디어라고 제안했다.



» 수납 효율성과 함께 디자인도 나날이 진화중이다.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2966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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