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 절망도 길어봐야 2년… 충격 클수록 빨리 회복”

에어컨에 온도자동조절장치가 있어 아무리 덥더라도 실내 온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주는 것처럼 인간에게는 ‘행복조절장치’가 있어 평생 동안 ‘기본적인 행복수준’을 유지해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불행한 사건이 발생해도 그 상태는 오랜 기간 지속되지 않아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사실로 증명된 것.

프랑스, 영국, 미국 경제학자들이 20년간 18~60세 독일인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를 분석한 결과, 살다보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큰 사건이 일어나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만 행복조절장치가 작동해 머지않아 종전 상태로 되돌려 놓는다고 ‘경제학저널(Economic Journal)’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적응력’이라 불리는 인간의 심리적 과정을 살핀 것으로, 적응력은 인간이 좋든 나쁘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영국 BBC 방송, 유력일간지 텔레그래프 온라인판 등이 13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연구진은 대상자들에게 20년간에 걸쳐 정기적으로 삶의 행복감에 대해 묻고, 인생에 어떤 중요한 사건이 있었는지를 알아본 후 이 사건과 행복감의 관계를 알아봤다.

배우자 사망-이혼 충격, 실직때보다 더 빨리 잊혀져

연구 결과, 실직한 사람들은 직업을 잃어 생긴 불행한 마음 상태가 5년이나 지속됐다. 반면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이혼하는 등의 정신적인 충격이 큰 사건이 있은 후에도 삶의 행복감이 저하됐지만 곧 다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2세 출생 등 기분 좋은 사건이 있었을 때의 영향도 일시적이었다. 아이를 낳고난 후의 행복감은 일상적인 기분으로 돌아오기까지 2년 동안 지속됐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영국 부르넬 대학 야니스 조젤리스 박사는 “‘세월이 약이다’는 오랜 속담이 진실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종전의 다른 연구 결과에서도 사람들이 불운을 겪고 난 후 회복하는 시간은 매우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생일대 사건 나도 이전상태로 곧 회복 ‘세월이 약’

그는 이어 “문학작품 속에서 보듯 하반신 불구가 된 사람이 몇 년이 지난 후 이런 불운을 겪지 않은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의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면서 “이는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라 할지라도 오랫동안 행복감을 느끼지는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프랑코이스 모스코비치 심리학 박사는 “사람들은 행복의 기초가 되는 고정 범위를 가지고 있어 인생에서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나도 그 영향은 일시적일 뿐 오랫동안 유지되지 않는다”며 “‘행복조절장치’의 개념이 존재하므로 일생일대의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도 이전의 상태로 빠르게 회복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