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고독에 '황혼 자살' 노인들 유서엔 자식 걱정 가득


서울대 박형민씨 박사학위 논문서 유서 분석

#. 너희들에게 큰 짐이 될까 숨이 막힌다. 엄마가 방을 내놓았는데 계약금 이백은 통장에, 잔금은 천 사백이다. 하루 속히 연락해 받거라.(류머티스 관절염으로 자살한 60세 여성)

#. 아내의 뒤를 따르지 못한 것이 한이 되옵니다.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였건만, 어떤 생각으로 나를 외면하는지 알 수가 없군요. 자식들에게 천덕꾸러기 되기 전에 하나님께 죄가 될 줄 알면서도….(2004년 자살한 65세 남성)

2000년 이후 노인 자살율이 급증하고 있으며, 그 주요 원인은 자녀의 외면에 따른 소외감과 고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외로 자살한 노인 대부분이 원망은커녕 마지막 순간까지 자녀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있다.

27일 서울대가 공개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형민 전문연구원의 사회학과 박사학위 논문(자살행위의 성찰성과 소통지향성)에 따르면 1994년 전체 자살자의 14%에 불과했던 60세 이상 노년층 비율이 2004년에는 31.8%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또 서울과 수도권 지역 등 3개 경찰서 수사기록에 첨부된 노인 자살자 81명의 유서를 분석한 결과, 70% 이상이 배우자 사별이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자녀의 외면이 겹치면서 나타난 소외감을 비관하다 숨졌다.

박형민 박사는 "자살 원인을 정확히 나눌 수는 없으나, 치매 등에 의한 우발적 자살을 제외하면 노인 자살의 대부분은 소외감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살한 노인들은 그러나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신을 외면한 자녀를 격려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60대 자살자의 경우 58%가 자녀를 격려하는 유서를 남겼으며, 70대 자살자의 비율은 63.3%에 달했다.

지난해 숨진 70대 남성은 "더 이상 짐이 도기 싫어 이런 선택을 하지만, 시험을 앞둔 손자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당부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기도 했다.

박형민 박사는 "자살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행위지만, 주변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의사 소통의 방식"이라며 "논문에서 분석한 노인 자살자 역시 자녀에게 소외된 상황에서 자신을 알리는 최후의 수단으로 유서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노인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자녀들이 평소에 부모의 생각과 경험을 이해하고, 그들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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