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 ‘아들을 위하여(First do no harm, 1997)’를 보면 간질을 앓고 있는 아들이 약물치료의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는 과자부스러기 하나까지도 통제할 정도로 식단을 조절한다. 이 영화에 나오는 식단 조절법이 간질 치료를 위해 1920년대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케톤생성 식이요법’이다.
약물요법으로 치료 효과를 보지 못 하는 난치성 소아 간질 환자들을 대상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줄이고 고지방 위주의 음식을 섭취하게 하는 이 요법의 효능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런던대학 헬렌 크로스 박사팀은 약물치료의 효과가 없고 한 번도 케톤생성 식이요법을 해본 적이 없는 간질환자 2~16세 소아, 어린이 145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3개월의 차이를 두고 캐톤생성 식이요법을 이행한 결과, 이 요법을 먼저 행한 아이들의 간질 발작이 39% 감소한 반면 아직 실행하지 않은 아이들은 간질 발작이 36.9% 증가했다고 의학전문지 ‘랜셋 신경학회지(The Lancet Neur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인체는 탄수화물 또는 단백질이 부족하면 지방을 분해해서 모자라는 에너지를 보충하는데 이 때 지방이 분해되면서 케톤이라는 유기화합물이 나와서 케토시스 상태에 이르고 이 케토시스 상태가 경련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요법이라 불리는 케톤생성 식이요법은 이 원리를 이용한 것.
영국 BBC 방송,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 온라인 판 등의 2일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이 3개월이 지난 다음 두 그룹을 비교했을 때 끝까지 케톤생성 식이요법을 받은 54명 중 28명에게서 간질 증상이 호전됐다. 그러나 이 식이요법을 받지 않은 49명 중에서는 4명만이 간질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케톤생성 식이요법을 먼저 받은 아이들 가운데 5명은 간질발작이 90%이상 감소했다.
헬렌 크로스 박사는 “간질 환자의 부모들은 처음 2주일 동안은 케톤생성 식이요법을 꽤 어려워했지만 아이들이 눈에 띄게 나아지는 것을 보고서는 이 식이요법을 잘 실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연구를 통해 케톤생성 식이요법이 약물치료가 어려운 아이들에게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도 “이 요법의 식단대로 먹으면 음식이 맛이 없어 변비, 구토, 무기력증, 허기 등의 부작용이 있고 영양의 불균형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환자 상태를 봐가며 이 요법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www.kormedi.com/news/health_report/1184579_29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