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3일 토요일

[펌:생활] 미국 집 비상약품

http://world.hani.co.kr/board/kc_newyork/255038

 

미국 처음 와서 힘든 일 중 하나가 필요한 물건을 잘 사는 일이었다. 마켓가 보면 물건은 산처럼 쌓여 있는데 뭘 사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야 밀가루 하면, 백설, 곰표 등등 눈과 귀에 익숙한 것을 집으면 못해도 50점은 하는데, 눈 설고, 귀 설은 미국 마켓에서는 그냥 멍한 표정으로 가격 비교는 엄두도 안 나고, A와 B가 무엇이 다른지 물건 들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읽어야 하는 게 곤욕이었다. 그리고 고심 끝에 하나 집어오면 어찌 된 게 그게 꼭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가 되는 것이다. 온몸으로 고생하는 건 둘째치고, 반품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 ‘그래도 포장 뜯은 걸 어떻게…’하는 정서 때문에 정착세금도 어지간히 물었던 시절을 돌아보다, 요즘은 인터넷이 있어 사람 살기 참 편해졌다는 생각을 해본다. 친절한 인터넷이 있지만, 혹 나처럼 미국 오는데 영어사전 하나 안 챙기고 오는 어수룩한 아줌마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우리 집에 갖춰놓는 비상약을 소개한다. 연말인데 조그만 도움으로 선물을 대신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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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지털 온도계 (Digital Thermometer) 최소한의 단순 기능만 있는 것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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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이레놀 또는 애드빌 ( Tylenol or Advil ) 대표적인 진통제다. 어른들은 감기 기운이 조금 있다 싶으면 타이레놀 두 알 먹고, 잠을 푹 자면 거뜬할 때가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으니 장기간 복용은 절대 안 된다. 어쩌다 한 번도 조심해야 한다

3. 어린이용 타이레놀 해열제, 이때 아스피린이 함유되지 않은 것을 꼭 확인해야 한다. (Infants’ non-aspirin pain reliever) 주로 타이레놀과 모트린(Motrin), 두 종류를 갖춰 놓는다. 이때 나이에 맞는 약을 투여해야 한다. 성인이 복용하는 약의 양을 줄여서 아이에게 투여해서는 안 된다. 내 아이는 12살이 넘었고, 어른 체중과 키이므로 엄마와 같은 약을 복용해도 되지만, 가끔 놀러 오는 꼬마 손님이 탈이 나는 경우에 대비해서 준비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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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알콜 (Alcohol), 온도계 사용 후에 알콜로 닦아둔다. 열이 나는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였다고 금방 열이 내려주지는 않는다. 이때 거즈에 알콜을 묻혀서 겨드랑이와 목을 닦아주면 좋다.

5. 소독용 솜 (Cotton Balls)

6. 면봉 (Cotton-tipped swabs)

7. 거즈 패드 (Gauze rolls) 와 반창고 (Adhesive tape)

8. 바셀린(Vaseline) 거칠고 가려운 피부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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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일회용 밴드(Bandage) 크기에 따라 세 종류 정도 준비한다.

10. 열 패드 (Hot & Cold Pads) 핫 팩와 콜드 팩, 둘 다 사용이 가능한 걸 사면 유용하다.

11. 메더마 (Mederma) 얼굴에 상처가 나거나 살갗이 찢어졌을 때 좋다.

12. 알로에젤(Aloe)화상 입은 후 열기를 빼고 알로에를 발라주면 좋다. 메마르고 건조한 피부를 위한 수분 공급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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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코코아 버터크림 (Cocoa Butter Cream) Palmer’s라는 상표를 권한다. 아이가 어렸을 때 화상을 입은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집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입술, 손, 발등 건조한 피부의 만병통치약이다. 스틱으로 된 것은 가방에 넣고 다니면 겨울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여기서 임산부용 살 트임 방지 크림이 나오는데 임산부에게 추천한다.

14. 베나드릴(Benadryl) 갑자기 벌에 쏘였거나, 피부가 간지럽거나 할 때 쓰인다. 하지만, 항히스타민제의 일종이므로 장기간 사용하면 안 된다. 응급 시에 한두 번만 사용해야 한다. 예전에 항히스타민 진정제가 아이들의 기억력과 분석하는 능력을 감퇴시킨다는 기사를 읽었다. 벌에 쏘였다거나, 꽃가루에 살짝 가려울 때를 제외하고,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갑자기 얼굴이 부어오르면 약을 주지 말고 꼭 의사에게 데리고 가야 한다.

15. 네오스포린(Neosporin) 한국에서 흔히 쓰는 후시딘 같은 효자 연고다.

16. 어린이용 벌레 퇴치제 (Child-Safe Insect Repellent) 여름철 밖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을 때 아이들에게 뿌려준다.

17. 벤게이(Bengay) 젤로 된 파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근육통에 좋다.

18. 응급처치 책자(First- Aid manual)를 한 권 준비한다. 적십자사에서 나온 책을 추천한다. (The American Red Cross’s Standard First Aid & Personal Safety)

대충 이런 것을 사면 50점은 한다. 어디 가서 살까? 동네 약국이 있는 가게, 또는 웬만한 식료품 가게에도 다 있다.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비상약품을 점검해서 유통기한이 지난 것은 버리고 떨어진 것은 보충해서 응급 상황에 당황하지 않도록 한다. 단 버릴 때,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으니 절대로 변기나 하수구에 버리면 안 된다. 꼭 밀폐된 용기에 담아서 쓰레기와 함께 버려야 한다.

미국에서 아이가 아프다고 의사를 금방 만날 수 있느냐? 천만의 말씀이다. 예약하려고 전화하면 열이 있냐고 묻는다. 열이 있다고 하면 몇 도인지 물어보고, 화씨로 104도가 넘지 않으면 일단 해열제를 먹이라고 한다. 유아용 해열제 먹이고 그래도 열이 안 떨어지면 그때 다시 전화하라고 한다. 그러다 아이가 열경기라도 하게 되면 응급실로 뛰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응급실 뛰어가서 기다리는 동안 아이는 멀쩡하게 열이 떨어지기도 한다. 심장이, 간이 떨어졌다 다시 붙는 순간이다. 그리고 붙은 간이 다시 철렁 떨어지는 순간이 응급실 갔다 온 청구서가 말도 안 되는 금액과 함께 도착하면 하늘이 빙글빙글 돈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아프지 않게 예방하는 게 최선이고, 열이 나면 명시된 양의 해열제를 정확하게 투여해야 한다. 아이가 탈수, 구토와 함께 열이 오르면 의사는 아무런 약도 투여하지 말고 데리고 오라고 한다. 아이가 아프면 단순 열인지 다른 증상과 동반되는지 잘 살펴야 한다.

작년 10월경 FDA(미국식품의약국)에서 2살 미만 유아용 기침 감기약이 “효과가 있다.”라는 “증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에 제약회사들은 유아용 기침, 감기약(해열제가 아님)을 대량 리콜해서 물의를 빚었다. FDA는 2살 미만의 아이들은 의사처방전 없는 약을 투여하지 않기를 권하고 있다.

그리고 병원에 갔을 때 의사에게 샘플용 해열제를 달라고 하면 준다. 이것을 받아 놨다가 아이들 데리고 여행 다닐 때 준비해 다니면 좋다. 미국에서는 병원 가기도 겁나고, 약국 가기도 겁난다.

겨울철에 자주 손이 가는 과일과 채소가 있다. 배, 무, 파, 그리고 레몬이다. 조금 수상한 기운이 느껴지면 후다닥 움직인다. 무는 비타민 C가 많아서 피로와 감기 증상에 도움이 된다. 유리병에 무를 얄팍하게 저며놓고 무가 잠길 정도로 꿀을 부어 하루 정도 시원한 곳 두면 맑은 즙이 우러나온다. 이 즙을 두, 세 숟가락 마시면 가래도 쉽게 가라앉고 피곤도 풀린다. 아이가 즙을 그냥 먹기 어려워하면 미지근한 물에 타서 마시게 해도 좋다. 배가 좋다는 것은 다 알고 있으나 미국에서 한국산 배 구하기가 쉽지 않다. 아쉬운 대로 미국 조롱박 배라도 이용 하는 수밖에. 파 두, 세 뿌리에 생강을 새끼손가락 손톱만큼 넣어 다려낸 물을 마시면 해열 작용에 도움이 된다. 한국의 매실, 은행, 모과, 대추 같은 품목이 그리운 때가 지금이다. 한인타운 가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멀기도 멀거니와 중국제품이 널려 있어 손길은 더더욱 주춤거려진다. 내가 겨울에 즐겨 마시는 차가 미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레몬, 생강차다. 꿀에 절여 놨다 조금씩 애용을 한다.

타향살이라 그런 건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프면 ‘서러움’이라는 반갑지 않은 악세사리가 꼭 따라붙어 사람 혼을 반쯤 빼놓는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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