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7일 토요일

[책] 남을 용서하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

해고당한 분노로 건강 잃은 심리학자
“용서는 잊는게 아니라 어떻게 기억하느냐”

» 〈용서의 기술〉

〈용서의 기술〉
딕 티비츠 지음·한미영 옮김/알마·1만2000원

용서는 당신을 다시 삶의 운전석에 앉게 해준다. 용서는 당신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고 현실을 왜곡하는 관점을 줄여 ‘있는 그대로’를 보게 해준다. 용서는 틀을 다시 짜서 당신 삶의 이야기를 바꿀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용서는, 당신을 치료한다.

‘살아가기 위해 용서하라(Forgive to live)’라는 책의 원제는 지은이의 경험에서 비롯했다. 심리학자이자 심리상담사로 30년 넘게 행동건강학을 연구해 온 지은이는 10년 남짓 깊이 신뢰하며 다녔던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잘렸던 경험이 있다. 상심이 컸지만 다시 새 직장을 구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생활했는데,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고혈압으로 약물치료를 받게 된 것이다. 그는 산다는 것이 전혀 가치 없다고 느꼈고, 자신이 화났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고, 인생을 향한 에너지도 흥미도 잃고 대부분의 시간을 의기소침한 상태로 지냈다. 그러다 용서를 위한 여러 단계와 절차를 밟고난 뒤 건강과 열정을 되찾았다고 한다. <용서의 기술>은 지은이 딕 티비츠가 발견하고 임상 연구를 통해 그 효과를 입증한 ‘용서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지은이는 우선 ‘용서’라는 말에 따라붙는 잘못된 통념을 잡아낸다. 용서는 사건을 잊는 게 아니라 ‘어떻게 기억하느냐’의 문제다. 용서는 흔히 생각하듯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옳은 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규정하는 것이다. 용서는 관용과 같은 말이 아니다. 상대방을 용서한다 해도 그 사람의 행동에 법적이고 윤리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용서는 인과관계의 법칙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하고 앙갚음하고 싶다는 자신의 욕구를 풀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용서란 “현재의 평온을 회복하고 미래의 희망과 삶의 목적을 되살리기 위해 과거에 받은 분노와 상처에 새로운 틀을 씌우는 작업이다.”

그렇다면 용서는 어떻게 하는가. 지은이는 먼저, 삶이 불공평하다는 걸 인정하라고 말한다. “당신도 나도 타인의 행동을 통제할 수는 없다. 살면서 겪는 모든 불행을 예측하고 예방할 수는 없다. 그 사실은 부정할 여지가 없으므로 우리가 모든 상황에서 삶을 공정하게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또한 ‘내 삶이 불행한 것은 네 탓’이 결코 아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자신을 희생자로 만들어 결백하다고 느끼게 하지만, 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도 내가 아닌 남이 된다. 남는 건 무기력감뿐이다. “용서는 당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당신이 넘겨준 당신 삶의 통제권에서 당신을 해방시킨다.” 용서는 자기 삶과 행복을 자신이 책임지는 길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용서는 과거의 상황이 당신의 현재를 지배하지 않도록 가르친다.”

용서에 이르는 길은 사실 소박하다. “타인을 완전히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좋은 면도 있고 나쁜 면도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라”, “어떤 불쾌한 상황을 겪더라도 상대의 의도와 당신에게 끼친 영향을 구분하라”, “다른 사람에게 거는 기대치를 낮춰라”, “겸손과 공감의 기술을 터득하라” 등. 하지만 결과는 결코 소박하지 않다. 용서는 분노, 원망, 자기희생의 고리를 끊고 삶에 희망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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