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8일 수요일

"손만 잘 씻어도 병원감염 위험 절반 줄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손씻기 '하이 파이브' 캠페인
환자 몸에 손대기 전후에 침대나 물건을 만져도
중환자실 간호사는 5분마다 "손등 부르트도록 씻어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엔 5명의 '암행어사'가 있다. 감염관리 파트 직원 5명이 병원을 돌아다니며 의사나 간호사·의료기사·물리치료사 등이 제대로 손을 씻고 있는지 감시를 한다. '암행어사'는 손 안 씻는 의료진이 중환자실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퇴출'시킬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받았다.
이 병원은 요즘 손 씻기 전쟁터가 됐다. 진료실·병실·검사실·물리치료실·영상의학과 등 병원 어디에서건 의료진은 환자 몸에 손을 대기 전과 후에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환자 침대나 물건을 만져도 손 씻기를 해야 한다.
이 원칙을 어기면 경고를 받는다. 백발이 희끗한 노(老)교수라고 예외가 아니다. 회진 돌면서 중간에 손 씻기를 깜박해 적발되면 영락없이 휴대폰으로 경고 메시지가 날아 온다.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평균 5분마다 한번 손을 씻고 있다.
의료진을 손 씻기 '강박증 환자'로 만든 사람은 감염 없는 병원을 선언한 이철(60) 병원장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하이! 파이브'(Hi! Five) 프로젝트를 발족시켰다. 철저한 손 씻기로 '깨끗한 다섯 손가락'을 만들자는 캠페인이다.
중환자실은 손을 씻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도록 개조했다. 입구에 있는 알코올 세수대(洗手臺)에 손을 갖다 대야 센서가 인식해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병 상에는 샴푸처럼 꼭지를 누르면 알코올 젤리가 나오는 손 세척제가 환자 머리 양옆과 발 쪽에 3개나 놓여 있다. 의료진이 환자의 호흡기를 만진 손으로 팔·다리 등 다른 부위를 만질 때 다시 알코올로 손을 닦도록 하기 위해서다. 의료진의 손길을 통해 호흡기 세균과 피부 균이 서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런 규칙 때문에 간호사들은 하루 8시간 근무 중 80~100번쯤 손을 씻어야 한다.
▲ 이철(가운데) 원장은“손만 잘 씻으면 많은 질병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며‘하이 파이브’를 외쳤다.‘ 하이 파이브’는 꼭 손을 씻어야 하는 다섯 가지 상황을 뜻하며, 깨끗한 다섯 손가락을 만들자는 운동이다./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급감한 세균 검출
' 하이 파이브' 이후 비누와 알코올 세척제 소모량이 급속히 늘었다. 중환자실의 경우 500㏄ 알코올 소독제 월평균 사용 개수가 예전의 141개에서 269개로 2배 증가했다. 병원 전체 물비누 소비는 4배나 늘었고, 병상(病床)당 알코올 소독제 사용량은 하루 45㏄에서 85㏄로 뛰었다. 알코올 자극으로 간호사들의 손등이 부르트자 병원은 핸드 로션까지 지급하면서 손 씻기 독려를 계속하고 있다.
손 씻기는 '기적' 같은 변화를 불러왔다. 병원 감염 위험지표인 항생제 내성 장내세균(VRE) 검출 건수가 지난해 한달 평균 90여건에서 요즘은 40여건으로 뚝 떨어졌다. 이 세균은 환자의 분변(糞便) 등을 통해 나와 손이나 피부 접촉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다.
이 원장은 "원장이 쩨쩨하게 손 씻기나 시킨다고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손 씻기와 같은 간단한 실천이 병원 감염 위험을 절반으로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국 내의 400병상 이상 의료기관에서 한해 동안 발생하는 병원 감염은 2285건에 달한다(2007년 하반기~2008년 상반기 질병관리본부 조사). 이 원장은 "의료진이 조금만 수고하면 병원 감염을 확 줄일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격리가 필요한 중증 세균 감염환자도 줄어서 감염 관리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 사람들이 와서 비결이 뭐냐고 물으면 손 씻기라고 답해요. 그러면 다들 '애걔!'라며 시큰둥합니다. 뭔가 비법을 숨기는 줄 알아요. 하지만 병원에서건 일상생활에서건 철저한 손 씻기가 감염을 막는 최고 비결이에요."
의학계에서는 손 씻기만 잘해도 감기, 유행성 눈병, 이질·장티푸스 등 물로 옮기는 수인성(水因性) 전염병 대부분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이 원장은 "각종 식중독 사고와 감염성 질환을 예방하고 오염물질에서 멀어지는 비결은 손 씻기의 생활화"라며 온 국민이 '하이 파이브'하자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4/07/20090407027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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