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3일 화요일

[펌] '너 성폭행 당했다'며 놀리는 아이들이 사는 사회.

10월 31일자 중앙일보에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나영이의 정신과 치료를 담당했던 신의진 교수의 인터뷰가 실렸더군요. 죽음의 공포보다 더한 고통에 빠졌던 나영이에게  시급한 것은 안정적인 심리치료가 우선일텐데 담당 의사나 경찰이나 그 중요성을 인지 못했답니다.육체적,정신적으로 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 다섯차례나 똑같은 진술을 요구했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사건뒤 그 어떤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은 관계 당국의 처사는 충격을 넘어 분노까지 일게 합니다.


나영이는 개학을 했는데도 학교를 가지 않으려고 했답니다. 우울증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따른 대인기피증이 극심한가 봅니다. 결국 나영이 아버지가 인터넷으로 '성폭력 후유증'을 검색해서 여성부가 운영하는 아동 성폭력 지원센터의 소속 의사인 신의진 교수를 만나게 됐답니다. 이미 사건이 터진 뒤 두달이나 지난후에 정신과 전문의를 만날수 있었던 거죠. 그 누구의 도움도 없었던거죠. 순전히 나영이 아버지의 '수고'로 이루어진 일입니다.


수사보다 치료가 우선시 되어야 하거늘 이를 등한시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오히려 피해 아동에게 이중 삼중의 상처를 안겨주는 것은 아닌지 "죽어가는 아이부터 살려놓고 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신의진 교수의 분노가 지면을 통해서도 충분히 느껴집니다. 신의진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신중하지 못한 병원이나 검찰 등 어른들의 행태도 화가 나지만 나영이가 다니는 학교 친구들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더더욱  화가 납니다.


친 구들이 나영이에게 '너 성폭행당했다'며 놀렸다는 기사를 읽고는...아무리 철이 없는 아이들이라지만, 어찌 이럴 수 있는것인지.웬만한 세상일엔 잘 놀라지 않는 사람이지만, 정말이지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타인과 이웃을 배려하지 않는 어른들의 세계가 그대로 아이들의 정신세계에 투영되는 것은 아닌지.충격을 넘어 두려움을 느낍니다. 사람사는 세상에 아이나 어른이나 '사람들'이 무섭습니다.


신의진 교수의 말에 따르면 "외국에선 아동 성폭행 피해자가 다니는 학교에 의사 등 전문가가 가서 교육을" 한답니다. "학생,교사들을 상대로 피해자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가르쳐 주는" 교육제도가 있다는 것이죠. 사회나 국가가 공동체의 건강한 지속 발전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를 외국의 사례가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삽질 사업에만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을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 건설을 위한 시급한 분야에 우선적으로 돈을 써야 하거늘, 썩은 나무에 싹이 돋기를 바라는 게 더 빠르겠습니다.


나영이는 대변백을 차고 살아야 한답니다.한 두해가 아닙니다.십년 이십년이 아닙니다.평생입니다.죽을때까지 평생동안 대변 백을 차고 살아야 한답니다.너무도 안타깝고 가슴이 아립니다.가슴이 더 미어지는 것은 값이 비싼 아동용 백을 사용하지 못하고 성인용 대변백을 이용한다는 것입니다.성인용 대변 백은 열개에 오만원 이지만 아동용은 값이 그 두배에 이른답니다.하루에 한개씩 사용해도 한 달이면 서른 갭니다.나영이네 가정에서 평생동안 그 비용을 어떻게 마련해 갈 수 있을까요.
조두순은 나영이의 볼까지 물어뜯었다고 합니다. 사람이 사람한테 어찌 이럴 수 있는 것인지, 사람과 짐승의 경계를 무너뜨린 조두순,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사라집니다. 그래도 세상엔 따뜻한 사람들이 있더군요. 서울대 의대 권성택 교수가 무료로 볼 성형 수술을 해주기로 했답니다.이런 문제를 특정 개인들의 선의에 의해서 해결해 나가는 게 아니라 의료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을 통해 사회가 함께 책임을 져 나가는 나라, 그런 나라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본 토대를 제공하는 나라겠죠.


기 원합니다.아니 가만히 앉아서 기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하루 빨리 만들어나가야겠죠. 어린 아이들이 성폭행을 당하지 않는 사회 안전망의 제도적 강화, 성폭행을 당한 아이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놀리지 않는 인성교육의 강화, 범죄 피해자는 물론 범죄 피해자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심리적 물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보완책 도입, 정부 여야당  진보 보수 구분없이 한국 사회의 책임있는 세력들이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지상 과업은 아닌지.그러나 이명박 정권에겐 무리겠죠. 그런 주문을 이명박 부자 정권에게 요구한다는 것은, 정말 무리겠죠.


화가 치솟습니다.평생동안 대변 백을 차고 다닐 나영이와 그 비용을 나영이 가족이 전적으로 짊어진다는게.이의 근본적은 해결책은 반쪽짜리 의료보험제도의 대수술을 통한 무상의료의 전면적인 도입만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겠죠.특정 개개인들의 선의에 기대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없죠. 병원에 가면 의사도 있고 약도 있는 데 단지 아픈 '사람'들이 돈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면 이는 '사람'이 사는 사회라 할 수 없겠죠.돈이 없거나 부족해도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야 말로 '사람'이 사는 '사람다운' 사회겠죠.그런 사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유권자들과 정당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야겠죠.무상의료의 그날과 무상의료를 주장하는 정당이 집권하는 그날을 '꿈'꿉니다.

 

http://blog.hani.co.kr/chd8076/2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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