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5일 월요일

[베이비붐 세대 "2010년 쇼크"] [3] 한(韓)·미(美)·일(日) 은퇴대비 시스템 살펴보니

우리보다 먼저 베이비붐 세대 은퇴를 맞은 일본·미국 등 선진국은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대응책을 마련한 반면, 우리는 IMF 대량실직 사태 때 그랬듯 대규모 집단은퇴를 맞을 사회적 준비가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 ▲재취업 지원 ▲사회 안전망 등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대비한 제도와 사회 시스템의 준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힘합친 日-정부는 정년 연장, 기업은 적극 호응
식품업체 재취업 도시코씨 "지역 고용센터 등록 6개월만에 직장 구해"

▲ 지바현 아사카가에 사는 구로다 도시코(63)씨
지바현 아사카가에 사는 구로다 도시코(63)씨는 도시락 납품회사인 ㈜타이코바시에서 식기 세척 일을 하고 있다. 단카이세대(일본의 베이비붐 세대·1946~1949년생)인 도시코씨는 하루 7~8시간 일하고 한 달 150~200만원을 번다. 그녀는 원래 섬유공장 재봉사로 일했지만 8년 전 공장이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해고당했다.
55세 나이에 그녀가 두 번째 직업을 갖는 데 딱 6개월 걸렸다. 지역 고용지원센터('헬로워크')를 찾아 지원서를 냈고, 센터는 그녀의 경력 등을 검토해 현재의 식품회사를 소개했다. 그녀는 간단한 면접을 거쳐 계약직으로 취직했다.
비록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지만 올해로 8년째 근무 중이라 정규직과 다름없다. 구로다씨는 "일을 하니 다시 내 힘으로 손녀들 밥을 사주고 용돈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녀가 고령에도 불구,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정년 연장 등 단카이세대의 노동력을 살리기 위한 일본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단카이세대의 본격 은퇴에 앞선 지난 2004년,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기업들도 적극 호응했다. 도쿄의 경우 51인 이상 기업의 96%가 정년을 늘리거나 고령자를 재(再)고용하는 방식으로 노인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미쓰비시전기는 60세 이전에 퇴직하는 근로자를 업무와 임금 수준을 재조정해 재고용하고, 도시바도 희망 퇴직자들이 원할 경우 전부 재고용하고 있다. 일본은 또 55세 이상 중고령자(55~64세)가 재취직할 때 사업주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55세 이상 재취업에 주력하고 있다.
탄탄한 美-고령화 대비 퇴직연금 12兆달러 쌓아둬
유통업체 직원 무어씨 "65세까지 정년보장 퇴직후 월 2600弗 받아"

▲ 버지니아주 매클레인시 식품전문 유통업체 세이프웨이(Safeway)의 직원 우디 무어(Moore·56)씨
버지니아주 매클레인시 식품전문 유통업체 세이프웨이(Safeway)의 직원 우디 무어(Moore·56·)씨. 미국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인 무어씨는 20년 전에 입사해 트럭 운전사 등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육류 판매를 담당하며 연봉 6만2000달러를 받고 있다.
무어씨는 노조 계약에 의해 65세까지 정년을 보장받고 있고, 지난 20년 동안 IRA연금과 회사연금에 가입해 있어 65세에 은퇴할 경우 매달 2600달러(약 300만원)의 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어씨는 "당장 큰 고민은 없다. 가장 큰 관심은 65세 은퇴 이후에도 지금처럼 생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1967년 연령차별금지법으로 정년을 65세로 늘린 후 1986년 법을 개정해 정년제도와 채용·급여 등에서 나이 차별을 금지했다. 정년제도 자체가 불법이며 사실상 정년이 없어진 것이다.
미국은 연금제도에서도 연금 적립금이 12조달러(2004년·약 1경4000조원)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장치가 견실하다. OECD 보고서(2008)에 따르면, 미국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GDP의 124%인 반면 우리나라는 7.9%에 불과하다.
미국은 정부의 노동시장 개입을 자제하는 입장이지만 55세 이상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고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미국은 또 출산율이 2명이 넘어 저출산에 따른 고령화가 한국만큼 극단적이지 않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따른 충격이 우리만큼 크지 않은 것이다.
막막한 韓-정년연장 등 은퇴대책 이제야 논의 시작
은행 퇴직한 김수철씨 "1년 넘게 재취업 실패 실업급여 이달 끝나"

▲ 김수철씨(가명)는 쫓겨나듯 은행을 나온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재취업을 하지 못했 다. 김씨가 성남시 고용지원센터에서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상담하고 있다. 김씨는 이름과 얼굴을 숨겨 달라고 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한국의 김수철(가명·53)씨는 지난해 1월 다니던 은행에서 퇴직했다. 만 55세가 정년이어서 당시 3년의 여유가 있었지만 쫓겨나듯 직장을 나왔다. 고교 졸업 후 30년이 넘도록 한 은행에서 근무했고 지점장까지 지냈지만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진 못했다. 은행 경력을 살려 저축은행 계약직 등 제2금융권 취업을 시도했지만 쉰이 넘는 나이 때문에 번번이 떨어졌다.
"50살이 넘으면 능력도 지식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
현재 수입은 120만원의 실업급여가 전부지만 이번 달이면 실업급여 수급도 끝난다. 30년간 부지런히 일해 경기도에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고 저축도 했지만 막상 부동산을 빼고 나면 네 식구가 버텨내기엔 넉넉한 편은 아니라고 했다. 대학생 아들(23)과 고교생 딸(17) 교육비가 많이 든 탓이다. 김씨는 "일을 구하지 못하면 국민연금과 약간의 저축으로 노후를 버텨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의 경우 정년을 60세로 권고(고령자고용촉진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년이 55세인 기업이 많고, 은퇴자들은 국민연금 외에는 별다른 노후 대책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그나마 은퇴자 재취업 지원도 65세 이상 노인 지원에 집중하고 있고,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맞는 중고령자(55~64세) 재취업 지원은 미흡하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철선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베이비붐 세대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대부분 퇴직자들이 제조업 분야에 몰려 있어 국가적 파급 효과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된 올해 들어서야 뒤늦게 정년 연장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나섰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1/11/2010011100046.html?Dep0=chosunnews&Dep1=related&Dep2=related_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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