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8일 금요일

[펌] 나는 이런 죽음을 맞으련다




나의 선종을 위하여

나는 나의 죽음을 경건하고 숭고하게 맞이하고 싶다.
나를 데리러 오시는 수호천사를 정중하게 맞이할 것이다.
평소에 수호천사께 기도를 많이 바쳤기 때문에 서로 잘 통할 것이다.
녹차 한잔 대접할 시간만 달라고 하고 훌쩍 따라 나설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살아있는 생을 통하여 스스로 잘 준비해 놓고
죽음의 오심을 찬양하며 맞이하려 한다.

살만큼 살았다고 여겨질 때 하느님께서 불러주시는 것이
최고의 은총이며 기품있는 죽음이다.
공동체 지도자와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내가 치매에 걸렸을 때 치매의 정도를 나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
내 손으로 먹고 내 발로 배설하지 못하는 처지가 된다면
나에게 밥을 주지 않을 의무가 있다.
그 때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허기진 단식은 하고 싶지 않으므로
약간의 죽염과 포도즙 혹은 효소를 곁에 준비해 준다면
나는 입에 죽염을 넣고 침을 삼키면서 하루 한번 정도 포도즙을 맛있게 삼키면서
맑은 정신으로 기도하고 가족들을 만나면서 용서를 청하고 화해하고
지나간 날들을 회상하고 감사하면서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아이들이 찾아와 불러주는 노래와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수호천사를 맞이하고 따라나서려고 한다.
꼭 도와주기 바란다.

회복의 가망성이 없는 중환자실에서
산소 호흡기를 꽂아놓고 무진 애를 쓰면서 기약 없이 누워
마지막 고귀한 시간을 허비하면서 죽는 것은 최악이다.
그것은 가장 비인간적이고 추한 죽음이다.
제발 그것만은 피해주기 바란다.

공동체의 책임자는 나의 죽음에도 책임이 있다.
산소 호흡기에 연명하여 의식을 찾았다 잃었다를 반복하는 일을 허락하지 않겠다.
그런 일이 일어나거든 내가 표현만 못할 뿐
또렷한 의식 속에 누워 분노하고 있음을 알아 달라.

아름다운 죽음을 맞으려고 내가 노력할 일이 있으니
내 일상을 감사하며 기쁨으로 수놓는 일이다. 살아있음을 감사한다.
의미있는 일 앞에 피곤해 하지 않으며
생각한 바, 믿은 바, 말한 바를 이제는 그냥 살려고 한다.
건강한 삶에 건강한 죽음이 선사됨을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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