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직장인의 은퇴생활 준비 분투기>

<어느 직장인의 은퇴생활 준비 분투기>

[연합뉴스 2006-12-20 09:41]

조성권 우리은행 홍보팀장

(서울=연합뉴스) 김용수 편집위원 = `인생의 나머지 30년을 위해 지금 10년을 투자한다'

올해 나이 51세의 조성권 우리은행 홍보팀장이 실천 중인 은퇴생활 준비 철학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거치게 마련인 은퇴나 퇴직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조 팀장이 은퇴생활에 대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을 한 번 눈여겨볼 만하다. 조 팀장은 지난 해 그가 나름대로 정립한 `은퇴준비 노하우'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유명인사'가 됐다. 은퇴나 퇴직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실감나고 피부에 와닿는 노하우가 인터넷 등을 통해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팀장이 본격적인 은퇴생활 준비를 시작한 것은 46세부터다. 2001년 6월 미국 주재원 생활을 마친 뒤 뉴욕발 서울행 비행기 안에서 `외환위기 때 명퇴당한 선배들처럼 비참한 은퇴는 맞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다. "비행기 안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뚜렷하게 해놓은 게 없었습니다. 결혼이 늦어 아이 둘은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집 한 채는 있었지만 내 집이 아닌 내 가족의 재산인 셈이고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조 팀장은 장시간의 비행기 안에서 은퇴까지 10년 동안 준비하고 실천할 일을 마음속으로 정리했다. 그 결과 ▲월 10만원씩 붓는 통장 매년 만들기 ▲박사학위 따기 ▲평생친구 매년 1명씩 만들기 ▲국내 100대산 오르기 ▲ 책 10권 쓰기 ▲자격증 따기 ▲ 못했던 일 하기 등의 은퇴생활 준비 리스트가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5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조 팀장의 은퇴생활 준비 상황을 중간 점검해 보니 그 `성과'가 대단했다.

◇ 10만원 통장 매년 만들기 = 조 팀장의 통장은 지금 40여 개로 늘어났다. 매년 뉴욕에서 귀국했던 날인 6월10일이면 무조건 월 10만원짜리 적금 통장을 만들었다. 3년 만기가 되면 다시 몽땅 정기예금에 집어넣었고 여유가 더 있으면 추가로 통장을 만들고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됐다. 안그랬으면 그냥 없어졌을 돈 수천만원이 금방 만들어졌다.

조 팀장은 "10만원 정도의 자동 이체면 급여 인상분 등을 생각할 때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얼른 잊고 지내기도 쉽다"면서 "10만원이 나중에 모이니 큰 돈이 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예금액이 불어나니까 웬지 뿌듯하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 계획적으로 생활하기 = 조 팀장은 집에서 숫자 달력을 쓴다. 연간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생활하기가 좋기 때문이다. 달력에는 집안 대소사와 휴가 계획 등을 꼼꼼이 적는다. 물론 매년 그 해의 지출 계획과 예산도 짠다. 조 팀장 말로는 전에는 아무 계획없이 돈을 썼지만 지금은 전기료까지 챙기고 있다. 경조금 액수도 3만원으로 낮췄다.

조 팀장은 "남이 들으면 째째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물려받은 재산 없는 급여 생활자일수록 탄탄한 계획을 세우고 경제생활을 해야 한다"면서 "매사에 충동구매 같은 것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 군더더기 버리기 = 조 팀장은 은퇴생활 준비를 하면서 집을 34평(실평수)에서 28평으로 줄였다. 그러면서 안쓴 물건은 싹 정리했다. 정리 기준은 1년 동안 쓴 물건이냐 한 번도 안 쓴 물건이냐였다. 안읽는 책은 물론이고 40벌이나 되는 양복, 장롱 하나 분량의 티셔츠. 큰 상자로 3개가 넘는 타월, 넥타이 등을 불우이웃 돕기로 정리하고 나니 그 전에는 좁아보였던 집이 오히려 평수가 줄었는데도 맨손 체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널널'해졌다.

조 팀장은 자신이 잘한 일 중 하나로 안쓰는 짐 정리한 것을 꼽는다. 그는 버리니까 남은 물건에 오히려 더 애착이 가더라고 말했다.

◇ 박사학위 따기 = 뉴욕서 귀국한 이듬 해 벤처중소기업학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 박사과정에 등록했다. 현재 학위 논문을 쓰고 있다. 언론을 담당하는 홍보팀장이라서 저녁 술자리도 적지 않지만 아무리 술을 먹고 늦게 귀가하더라도 1시간은 엎드려 졸더라도 책상에 붙어 있는다. 3년 넘게 그러다 보니 자식들도 공부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더라는 것이다.

◇ 평생친구 만들기 = 조 팀장은 뉴욕에 근무하면서 평생 친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한 때 퇴직 등을 고려하면서 마음 터놓고 전화하거나 상의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1년에 1명씩 10명 정도만 평생 친구를 만들기로 했다. 첫 번째로 만든 평생친구는 바로 아내. 산에 오르면서 나이 차이가 많은 아내를 `집사람'에서 평생 친구로 만들었다. 아내를 포함해 지금까지 고민을 아무 때나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3명의 평생친구를 만들었다.

조 팀장은 "아내를 평생 친구로 만들고 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자랑했다. 언제든지 `어이 술 한 잔 하자', `영화나 한 편 보자'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남한 100대산 오르기 = 조 팀장은 올 2월 가족을 데리고 한라산을 등반한 것을 마지막으로 국내의 100대 명산을 모두 올랐다. 귀국하자마자 주말과 휴일에 건강도 챙길 겸 산에 오르기 시작해서 5년 반 만에 이뤄낸 것이다. 그는 산에 오를 때 몇시간 만에 정상을 밟겠다고 정하지 않는다. 쉬엄쉬엄 그날 형편되는 대로 산을 오른다. 조 팀장은 "산에 있는 명찰을 둘러보는 재미가 좋았다"면서 "100대산에 오르면서 매사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 책 10권 쓰기 = 아직 출판은 하지 않았지만 현재 4권 정도의 원고를 다 써놓았다. 은퇴에 관한 책, 미국 생활 경험을 토대로 자녀들 경제교육 문제를 다룬 책, 가벼운 수필집 등이다. 조 팀장은 해마다 신년이 되면 그 해 완독할 책을 고른다. 귀국 첫 해는 성서였고 최근에는 중국 황제들을 다룬 60권 분량의 역사서를 읽고 있다. 책을 붙들고 있는 습관, 완독하는 습관을 위해서다.

조 팀장은 지난 5년 반 동안 얻은 가장 큰 소득으로 자신감, 소신, 매사에 거리낌없는 마음을 꼽는다. 전에는 삶의 목표 없이 그저 허둥대고 살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며 뿌듯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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