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가 왜 갑자기 난폭해졌지?”

“우리 애가 왜 갑자기 난폭해졌지?”

[조선일보 2007-01-26 09:25]


사춘기 빨라지고 공부 스트레스로 ‘욱하는’ 어린이 늘어 모범생도 한두 번 꾸중 들으면 자해·가출 등 극단 행동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이진주(가명·12)양은 손등과 팔 여기저기에 난 상처가 아물 날이 없다. “TV 그만 봐라”, “공부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혼자 방문을 걸어 잠그고 몸에 칼로 상처를 내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양은 “엄마가 내 몸의 상처를 보고 놀라고 미안해 할 때마다 관심을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양은 인근 아동상담센터에서 놀이치료와 미술치료를 겸한 정신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부모 등에게 꾸중을 들으면 갑자기 난폭해지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욱 하는’ 어린이가 늘고 있다. 심한 경우 가출을 하거나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툭툭 내뱉기도 한다. 특히 착하고 모범적으로 자라오던 아이들이 돌연 가출, 폭력과 같은 극단적 행동을 보여 부모들이 충격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서울에선 “TV 드라마를 그만 보라”는 엄마의 말에 초등학교 5학년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욱하는 성질의 아이들 많아져

경 기도 분당의 한 초등학교 A교사는 어느 날 5학년 여자 아이의 일기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기장엔 ‘부모님은 뭐든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데, 나는 그럴 만한 능력이 없다. 뛰어내리려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기도 했다’고 써 있었다.

A교사는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애였는데, 시험 때만 되면 애가 말수가 급격히 줄고 표정도 어두워진다”며 “요즘은 모범생들도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과 분당 지역의 신경정신과 병·의원엔 “죽고 싶다”고 찾아오는 초등학생들이 전체 환자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또 이런 아이들의 70% 이상이 스트레스로 인한 소아우울증을 앓고 있다. 강남의 초등학교 B교사는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고통 없이 죽고 싶다’고 수면제를 삼킨 적도 있다”며 “그 아이는 ‘친구 사귀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맘대로 안 된다’고 호소해왔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으로 앞당겨진 사춘기

과거 어른들이 겪었던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가 초등학생들에게 닥쳐온 것은 너무 일찍부터 부모와 학교로부터 입시 공부와 성공에 대한 심한 압박을 받으면서 이를 적절히 해소할 수 있는 탈출구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 기에 신체 발달이 빨라지면서 사춘기가 앞당겨진 것도 ‘욱하는 초등학생’이 증가하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인간발달복지연구소의 박혜근(36) 부소장은 “과거엔 중학교 때 사춘기를 경험했지만 요즘엔 초등학교 5학년때 대부분 사춘기를 겪는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만 돼도 생리나 몽정을 경험하는 등 생물학적 성숙도가 빨라진데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두 살만 넘어도 놀이방·어린이집에 맡겨져 너무 일찍부터 사회화를 요구받는 것도 사춘기가 빨라지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강남의 아동상담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 C씨는 “4학년짜리 남자아이가 입버릇처럼 ‘난 이제 살 만큼 다 살았다’라고 말하는 걸 보고 당황한 적이 있다”며 “아이들이 빨리 성숙하는 만큼 ‘성장통’을 더 크게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혜진기자 enavel@chosun.com]


[김경은기자 larrisa020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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