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22일 금요일

오늘은 또 어디로 튈까



[한겨레]
4살짜리 딸을 둔 주부 김아무개(38)씨는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딸과 ‘전쟁’을 치르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다. 아직 행동이 어설프기만 한 딸이 뭐든지 자기가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통에 도무지 편할 날이 없다. 아파트 출입문 비밀번호도 꼭 자기가 눌러야 하고, 컵에 우유나 물을 따르는 일도 자기가 하겠다고 고집이다. 그러다 바닥에 우유를 쏟은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렇다고 못하게 하면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엄마가 모르고 먼저 해도 마찬가지다. 뭐가 문제일까? ‘미운 네 살’이라더니 드디어 미운 짓이 시작된 걸까?

자기주도성·호기심 늘면서
떼쓰고 따지고 말썽피우기 일쑤
무조건 “안돼!”보단 대화로
해도 되고 안되는 일 분명히 해야

■ ‘미운 짓’ 하는 4~7살의 심리=우리 나이로 3살 무렵이 되면 아이에게도 자아 개념이 생긴다. 운동능력도 발달해 스스로의 힘으로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자기 맘대로 돌아다니며 세상을 탐색해 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고, 아이는 이것저것 만지고 들여다보면서 호기심을 채우기 시작한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한다. 그래서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자꾸 일을 저지른다. ‘싫어’, ‘아니야’라는 말도 자주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부모는 아이가 반항적으로 바뀌었다고 여기게 된다.

4살이 되면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커져 완강한 거부나 떼쓰기 등의 행동이 나타난다. 자율성을 위해 자기주장을 내세우기 시작한다. 또 자신의 능력에 대해 평가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는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도 부모처럼 뭐든지 잘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또래와의 사회적 관계를 경험함으로써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나 인지적으로는 자기중심성이 강해 자신의 관점과 다른 사람의 관점을 구별하지 못하고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자기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한다. 그래서 자기가 즐거우면 좋은 것이고 자기를 화나게 하면 나쁜 것이라고 여긴다. 자기가 좋아하면 다른 사람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 처지에서 생각하지 못한다.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하면 반항한다.

7살 무렵은 주도성이 발달하는 시기다. 어휘력이 늘어 이전과는 달리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주도성과 호기심이 늘어 부모의 통제에 대해 ‘왜?’라고 언어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며 따지기 시작한다.


■ 그렇다면 부모는=아이의 반항이 발달단계상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3~4살 아이의 경우 다치지 않을 정도의 선을 정하고 그 안에서는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부모가 아이의 미숙함이나 실수를 허용하지 않고 자율성을 빼앗으면 자기주도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오히려 자꾸 일을 저지르는 것이 인지 발달에 도움이 된다. 아이가 뭔가에 열중하고 있다면 어설퍼 보이더라도 혼자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

부모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서는 안 될 일과 해도 되는 일을 정해 일관성 있게 반응해야 한다. 해도 되는 일은 빨리 허용해 주고, 안 되는 일은 아무리 떼를 써도 끝까지 안 된다고 얘기해야 한다.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다가 떼를 쓴다고 허용해 주면 아이는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마다 떼를 쓰게 된다. 아이를 ‘떼쟁이’로 만드는 사람은 결국 부모다. 야단을 칠 때는 체벌보다 부모의 엄격한 표정과 말 한마디가 더 효과적이다. 남을 때리거나 안전과 직결된 문제 등 해선 안 될 일을 했을 때는 ‘이런 이유로 이 행동은 옳지 못하다’고 엄한 표정으로 짧게 주의를 주자. 이 시기 아이들은 주의폭이 짧기 때문에 설명이 짧아야 효과적이다.

7살 때는 아이의 일에 일일이 간섭하기보다는 스스로 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좋다. 부모가 지나치게 지시하고 억제하면 스스로 하려고 했던 일도 오히려 하지 않고 반항하는 것이 이 시기의 특징이다. 아이가 그른 행동을 할 경우 무조건 ‘안 돼’라고 얘기하지 말고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아이와 의논해서 지켜야 할 규칙을 함께 정하는 것도 좋다.

◇ 도움말=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조혜수 자광아동가정상담원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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