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소리나는 울트라 명품



"페라가모·루이뷔통 등 기존 명품은 이미 대중화"
최상위층은 브레게 시계·벨루티 구두 등 선호
"사회 양극화 극명하게 보여주는 소비행태" 비판

#40억원대 자산가인 펀드매니저 A씨는 아르마니(200만원 대) 슈트를 더 이상 입지 않는다. 대신 아톨리니(700만원)를 장만했다. 구두 역시 페라가모(50만~60만원)에서 벨루티(120만원 이상)로 바꿨다.

그는 "아르마니나 페라가모처럼 대중화한 명품은 이름이 팔려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차도 영국의 최고급 세단 벤틀리(3억원)로 바꿀 참이다.

#60억대 빌라에 사는 30대 주부 B씨는 이탈리아로 출장을 간 의사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가죽 명품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가 200개 한정판으로 내놓은 '로마 백'(1,700만원)을 사오기로 했기 때문.

B씨는 루이뷔통이나 샤넬, 구찌 등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는 "큼직한 상표로 자신을 광고하는 브랜드는 촌스럽다"고 했다.

명품이라고 다 같은 명품은 아니다. 초고소득 전문직이나 사업가, 슈퍼리치(100억대 자산가) 사이에선 명품 중의 명품인 '울트라 명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들에게 루이뷔통 샤넬 등 일반적으로 알려진 최고급 명품 브랜드는 관심대상이 아니다. 울트라 명품은 1,000만원 대 정장 및 구두, 억대 시계 및 보석 등 초고가에, 양산(量産)형이 아니라 수제(手製)형으로 보다 희귀하고 은밀한 브랜드를 가리킨다.

우선 남성정장. 미국 상류층에서 인기인 키톤(800만~3,000만원), 윌리엄 피오라반티(1,000만원), 아톨리니, 리아나 리(600만~800만원) 등이다.

아톨리니는 서울 청담동에 분더숍(명품 편집매장) 형태로 지난해 들어왔고 나머지는 국내 상륙을 준비중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입어 유명해진 키톤은 23일 그랜드하얏트호텔 지하1층 아케이드에 첫 매장(여성복)을 연 후 다음달엔 서울 강남지역 백화점에 추가 매장(남성복)을 낸다.

남성구두의 울트라 명품으로 꼽히는 수제화 존롭(신라호텔 아케이드)과 벨루티(120만~1,000만원) 역시 지난해 한국에 입성했다. 보석과 가방은 신세계백화점 본관의 반 클리프&아펠과 보테가 베네타 등이다.

시계 역시 울트라 명품이 따로 있다. '롤스로이스 시계'로 불리는 브레게는 신세계와 롯데백화점에 입점해 있고, '바쉐론 콘스탄틴'에 이어 블랑팡 오데마피게 등(2,000만~1억5,000만원)도 롯데 에비뉴엘관에 곧 모습을 드러낸다. 자동차의 울트라 명품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도 하반기에 국내 판매를 시작한다.

울트라 명품은 오랜 전통과 진정한 장인정신, 100% 현지생산으로 무장한 희소성이 핵심이다. 단순히 고가이거나 마케팅에 의해 명품으로 인식되고, 디자이너의 명성에 힘입어 확장된 브랜드는 제외된다.

5대째 슈트 가업을 이어온 이탈리아의 키톤은 장인 350명이 최고급 원사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어 몸의 실루엣을 최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영국 왕실이 애용하는 아톨리니 역시 100% 수공으로 '제2의 피부'라는 별칭이 있다.

보테가 베네타의 백은 희귀한 천연물감과 특별한 수작업으로 마무리해 고급스러운 윤택이 나는데, 상표가 없어 아는 사람만 진가를 알아본다고 한다. 1년에 고작 2만개 정도만 생산돼 울트라 명품으로 불리는 시계들은 스프링과 나사까지 손으로 깎는 데다 최고의 장인만이 간직한 뚜비옹(지구중력에 의한 오차를 제거) 기술이 담겨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급성장하는 울트라 명품시장이란 사실이다. 울트라 명품의 매출추이는 비밀에 부치지만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만 10% 가까이 신장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명품에 대한 한국인들의 선호도와 구매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 울트라 명품시장 역시 비슷한 소득수준을 가진 나라 중에선 한국이 단연 최고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기존명품은 이미 대중화되어 있어 희소성과 가치가 떨어진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구별짓기를 원하는 최상위층은 울트라 명품을 찾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울트라 명품의 등장은 국내 명품시장의 완성이란 분석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사회의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소비행태라는 비판도 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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