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터넷 작가의 안타까운 죽음



[쿠 키 사회] 인터넷 카툰의 대명사 강풀, 재기발랄한 언어의 고필헌, 인터넷 소설로 유명세를 탄 `귀여니'. 인터넷이라는 신세계에선 한순간에 스타가 탄생한다. 수많은 아마추어 작가들이 만화, 소설,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작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그때문이다.

그러나 소위 '뜨는' 것은 아무리 인터넷 세상이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스타가 많은 만큼 잊혀지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작가들은 그래서 자신에게 찾아올지도 모를 단 한번의 기회를 잡기위해 사력을 다한다.

최근 인터넷에는 작품의 영화화 직전에 간암으로 안타깝게 숨진 한 아마추어 작가에 대한 추모열기가 이어지고있다. 러브풀(Lovepool)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했던 유머 작가 고(故) 이동훈(27)씨를 기리는 행렬이다.

1999 년 PC통신 시절부터 습작을 하며 작가의 꿈을 키워온 그는 유명 인터넷 유머 사이트를 중심으로 작가활동을 펼쳤다.‘본드걸은 죽었다’, ‘그녀이야기’ 등의 작품이 연달아 인기를 얻자 유머집 ‘난 남자다’,‘마법사 그녀’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 씨의 꿈은 자신의 작품을 시나리오로 각색해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엽기적인 그녀’를 시작으로 많은 인터넷 소설 작품들이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남몰래 꿈꾸던 희망이었다.

그에게 첫번째 기회가 찾아온 것은 2005년. 자신의 작품에 대한 영화화 제의가 들어왔지만 여러가지 문제로 결국 영화 제작은 무산됐다.

두 번째 기회는 1년만에 찾아왔다. 지난해 7월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꽤 이름이 알려진 영화사에서 시나리오 제의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5월, 마침내 영화 '박하사탕' 조감독 출신인 김현진 감독이 '본드걸은 죽었다(불량청춘백서)'를 영화화하기로 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당시 그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고 있었다. 지난해 6월 이미 간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그는 영화화 발표가 있기까지 무려 1년간 제대로 치료도 하지 못한 채 작업에만 매달려왔다. 시간이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팬들도 그의 사정을 알고 두팔을 걷고 나섰다.

이씨의 동생 동원씨는 전화통화에서 "출혈이 많아 자주 수혈이 필요했는데 팬들이 우편으로 헌혈 증서를 보내왔다”면서 “팬들이 보내 온 40∼50장 정도의 헌혈 증서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 난달 27일 오후 1시30분. 그는 자신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지 못하고 끝내 간암으로 사망했다. 네티즌들은 "러브풀님의 글을 읽으면서 웃기도 했고 감동도 받았다”, “척박한 인터넷 환경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선구자 한명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부산에 차려진 빈소에도 20여명의 팬들이 찾아와 안타까움을 달랬다. 곧 잊혀질지도 모르는 한 열정적인 작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구혜진 기자 kuk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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