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5일 월요일

[베이비붐 세대 재취업 전쟁] 창업 5년내 10곳 중 7곳은 망해

재취업 안돼 '내 가게' 열어보지만…
관리직 재직 후 퇴직 많아 '창업 마인드' 시간 걸려
대부분 대출 끌어다 창업 망하면 곧바로 빈곤층
중견 제조업체에서 20년 넘게 관리직으로 근무하다 2008년 말 퇴직한 이모(52)씨는 친구의 성공담을 듣고 고깃집을 열었다. 대학생·고교생 두 자녀의 학비 등 돈 들어갈 곳이 많았지만 재취업 자리는 마땅치 않던 차에, 오랜만에 만난 고교 동창이 퇴직 후 음식점을 열어 월 1000만원의 수익을 올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솔깃해진 이씨는 퇴직금에다 은행 대출 등을 끌어다 2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서울 신림사거리 부근에 100㎡ 규모의 고깃집을 냈다.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이라 곧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 것이란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조리에 기술이 없었던 터라 전문 주방장을 채용했더니, 사장인 자신을 무시하기 일쑤였고 출퇴근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갈등이 계속됐다. 내성적인 성격에다 서비스직을 해본 적이 없어 손님에게 살갑게 대하는 것도 어려웠고, 젊은 손님들이 술에 취해 시끄럽게 구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일이 어렵게 느껴지며 직원들에게 매장을 맡기고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아졌고, 자연히 음식·서비스의 질이 낮아져 손님들 발길도 뜸해졌다. 결국 초기 투자비용도 못 건지고 1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이씨는 "급한 마음에 제대로 준비도 안 하고 시작한 것이 실수였다"고 말했다.
은퇴 후 재취업 자리를 찾기가 어려운 중·장년층들은 결국 창업에 몰리게 된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작년부터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들의 창업 관련 상담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은퇴 후 재취업에 성공하는 것은 많아야 20% 정도이고, 곧바로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30%, 나머지 50%는 눈치 보며 창업시기를 노리거나 다른 길을 찾으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5인 미만 소기업(사실상 자영업)의 창업 후 '5년 생존율'은 35%에 불과했고, 음식·숙박업의 경우 30%에 그쳤다. 이씨처럼 별다른 준비 없이 창업시장에 뛰어들면 망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은 "보통 연간 100만명 정도가 창업을 하고, 그중 89만명 정도는 몇년 내에 문을 닫아 성공률은 10% 선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이 2007년 실시한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준비기간은 45.8%가 3개월 미만으로 아주 짧았으며, 창업준비 기간이 길수록 매출 증가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은 "베이비붐 세대는 대개 오랜 기간 관리직에 있다 퇴직하는 경우가 많아, '창업마인드'를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게다가 대부분 퇴직금과 주택 담보 대출을 끌어다 창업하기 때문에 망할 경우 노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이 지난해 8월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에 다니는 48~60세 미만의 정규직 남성 105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설문조사한 결과, 창업을 희망하는 직종으로는 외식업(23%)이 가장 인기가 좋았고, 교육업(11%), 인터넷쇼핑몰·전자상거래(각 10%), 중개업·특허관련업(각 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강병오 소장은 사무직의 경우 재고관리·회계관리 등 관리 마인드가 필요한 판매 업종(사무용품전문점·커피전문점·건강식품전문점·컨설팅업 등)이 적합하고, 기술직에 있었던 사람의 경우 손재주나 기술에 대한 장점을 살려 실내환경관리업·알레르기클리닝사업·자동차 내외장관리업 등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http://issue.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1/25/20100125005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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